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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큰비만 오면 아직도 지뢰가"…철원 주민들 '불안'

  • 등록: 2020.11.19 21:35

  • 수정: 2020.11.19 21:41

[앵커]
지난 여름 수해를 겪은 휴전선 접경지, 철원 주민은 마을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실 지뢰 공포에 석 달째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마냥 철원의 일만도 아닙니다. 유실 지뢰가 강을 따라 수도권까지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차순우 기자가 현장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저 멀리 논두렁에 군인들이 모여 있습니다.

폭우로 떠내려온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된 겁니다.

민간인통제선 북쪽 이길리는 8월 폭우로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겼습니다.

주민
"처음에는 (물이) 저기까지 올라왔지…"

그런데 이때 주변 군사지역에 있던 지뢰가 토사와 함께 떠내려왔습니다.

인근 정연리 하천 곳곳에 하얀 푯말이 보이는데... 지뢰가 발견된 곳입니다.

반경 10M 내에만 4개가 꽂혀있습니다.

김종연 / 이길리 이장
"저런 게 지뢰를 발견했다는 거지." (아, 저렇게 하얀색?)

민가가 있는 제방 주변은 물론, 마을 안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이길리 주민
"낙엽이 쌓였더라고요. 그 위에 지뢰가 하나 있었죠."

주민들에 따르면 이길리와 정연리 두 곳에서 발견된 지뢰가 150여 개가 넘습니다.

이장
"공병대 여단장하고 얘기했을 때는 그쪽에서 157발을 발견을 했고…"

최근 인근 야산에서는 대전차 지뢰도 나왔다는데...

주민
"개복숭아 주우려고... (근데 이게 있었던 거예요?) 어. 있더라."

군은 수해 직후부터 지뢰 제거 작업에 나서 침수 피해 지역 대부분에 대해 수색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관계자
"그 (침수) 지역은 99%가 완료가 됐고…"

수해 지역에서 발견된 지뢰는 대부분 M14 발목지뢰로, 재질이 플라스틱이어서 물에 뜰 정도로 가볍습니다.

"와! 그냥 뜨네" 

이 때문에 유실 지뢰 상당수가 한탄강 본류는 물론, 임진강과 한강까지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지뢰가 발견된 물길을 따라서 이동해보면, 한탄강 본류와 바로 연결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두 달 전 고양시 행주산성 한강 변에서 M14 지뢰가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김기호 / 지뢰제거연구소장
"물에도 1년이고 2년이고 떠다닙니다. 한강 변으로 와서 가라앉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수해 때마다 지뢰 유실 사고가 반복되다시피 하지만 사실상 예방 대책은 없는 상태.

철원 군청 관계자
"예방 대책은 없는 겁니다. 우리 맘대로 못해요. 군부대 승인을 받아야 해요."

휴전선 인근 지역 매설된 지뢰는 70만 발 이상으로 추정되고..

지뢰 피해 주민
"(쾅) 소리만 들었지, 그다음엔 깨어보니까 병원이야."

주민들은 아직도 큰비만 내리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윤한순 / 이길리 주민
"내년 봄에 농부들은 목숨 걸고 농사지으라는 거지…"

현장 추적 차순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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