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평양 7천미터 심해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의 생물입니다. 새우를 닮은 이 갑각류에 학자들은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뜻으로 '플라스티쿠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소화기관에서 플라스틱 물병에 쓰이는 '페트'가 나온 겁니다.
바다는 '지구의 허파' 입니다. 지구 산소의 70퍼센트를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산해냅니다. 인간은 영해라는 이름의 선을 그었지만 바다는 하나입니다. 서로 흐르고 통합니다. 인간이 버린 오염물질은 생명의 바다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너비 2백km밖에 안 되는 대한해협 너머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면 우리에겐 큰 욕이지만, 일본인은 속마음과 겉마음이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적 일본문화론 '국화와 칼'도, 꽃을 사랑하면서 전쟁을 숭상하는 이중성을 갈파했지요.
'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는 일본인이 어려서부터 배우는, 으뜸가는 생활규범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폐 끼치지 말고, 다른 나라의 상처를 배려하라고 배우지는 못한 듯합니다.
한일 갈등사의 많은 부분이 거기에서 비롯됐습니다. 일본이 끝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방사성물질 해양오염 문제를 무책임하게 이웃에 떠넘긴 폭거입니다. 당장 일본과 가장 가까운 우리의 심리적 충격이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 일곱 달 뒤 제주도 근해에, 일년 반 뒤엔 동해 대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정화를 거친 기준치 이하 방류'라고 하지만, 우리 정부와 사전에 충실하게 협의하고 의견을 경청했는지 의문입니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보다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도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삼중수소만 해도 30년쯤 더 보관하면 80퍼센트 넘게 사라진다고 하는데, 서둘러 방류를 강행한 배경에 국내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관측도 따릅니다. 우리 정부 역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책임에 최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염수 방류까지는 아직 2년이 남아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죽어도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다'는 정신을, 이웃과 세계에 증명해 보이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4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일본 본색'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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