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은 쫓기듯이 아프간을 떠나게 된 것도 모자라, 그 철수마저도 뜻대로 안 돼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아프간에 남겨진 자국민들에게 안전을 담보할 수 없으니 공항으로 이동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역사적으로 아프간에 뛰어들었던 강대국들은 모두 끝이 좋지 않았는데요.
오늘의 포커스는 열강의 무덤이 된 아프가니스탄에 맞췄습니다.
[리포트]
아프간 탈출을 위해 공항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집니다. 무더위에 아이는 울음까지 터뜨립니다. 사망자도 속출했습니다.
다트머스 / 아프간 주민
"이틀 동안 꼬박 기다렸어요. 어제 새벽 3시에 왔어요"
공항 근처까지 오는 건 더 어렵습니다. 탈레반이 길을 막고 있어, 미국인과 미군 협력자 등 6만여 명이 아프간에서 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로이드 오스틴 / 미 국방장관
"(나가서 미국인들을 데려올 생각은 없나요?)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데려올 여력은 없습니다."
철수를 서둘러도 모자란데,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공항으로 오지 마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슬람 무장세력이 집결하고 있어 위험할 수 있단 겁니다.
존 커비 / 美 국방부 대변인
"아프간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고 역동적입니다"
미군이 아프간에 들어올 땐 파죽지세였습니다. 9.11 테러 당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던 알카에다가 미국의 심장을 겨누자, 즉각 보복을 선언합니다.
조지 W. 부시 / 美 대통령 (2001년)
"빈라덴을 잡을 겁니다. 정의를 원합니다."
아프간을 공습해, 빈 라덴을 내주지 않는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빈 라덴을 찾아 사살하는 덴 10년이나 걸렸습니다.
오바마 / 美 대통령 (2011년)
"알카에다의 테러로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분들께 이제 말할 수 있습니다. 정의는 실현됐습니다."
미국은 이후로도 '아프간의 늪'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3만 명을 추가 파병했지만, 탈레반 소탕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대선 공약으로 미군 철군을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도 탈레반과의 갈지자 협상에 3년을 보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민도 제때 철수시키지 못했단 불명예를 안게 됐죠.
토니 블링컨 / 美 국무장관
"이런 상황은 예상보다 더 일찍 닥쳤습니다."
아프간에서 빈 손으로 나온 강대국은 미국이 처음이 아닙니다.
19세기초부터 대영제국은 인도로 가는 길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간을 침공했지만, 피해만 안고 1919년 독립을 허용했습니다.
이어 소련도 저항세력 무자헤딘의 벽을 넘지 못한 채 10년 만에 짐을 쌌습니다.
구기연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산악지형이 험하다, 이것 뿐 아니라. 구심점이 없는 거죠. 부족이 너무 다양해서."
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지하자원이 풍부하다보니, 이번엔 중국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백승훈 / 외대 중동연구소
"일대일로를 통해서 들어갈 확률은 있죠. 꼭 필요한 국가에요."
강대국마다 눈독을 들이고, 내전도 끊이지 않는 혼란의 땅. 아프간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뉴스7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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