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재 현장에 가보면, 탈진 직전의 소방관들이 한 쪽에 주저앉아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미국 등에선 이런 소방관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회복 지원 시설이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고, 우리에게도 '회복지원차' 라고 해서 응급처치를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이 '회복지원차'는 8대 뿐입니다.
오늘 포커스는 '쉴 곳 없는 소방관'에 맞췄습니다.
[리포트]
수백 억원의 피해를 낸 경기도 군포의 물류센터 화재, 길가에 나온 소방관이 헬멧을 벗고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동료 소방관도 바닥에 장비를 내려놓죠. 길어지는 진화 작업에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마땅히 쉴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윤인수 / 영남 119특수구조대 소방관
"자리가 없으면 공터 같은 데 앉아서 쉴 때도 있고, 밖에서 쉬면 아무래도 눈치도 보이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화재 진압에서 중요한 건 소방관의 '작업 능률'. 대형 화재의 경우 진압에만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번갈아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특히 간이침대와 세면대, 산소공급 장비 등을 갖춘 회복지원차는 필수입니다.
이형우 / 울산남부소방서 3팀장
"응급처치라든지 직원들이 부상을 입었을 때 회복차에서 처치할 수 있고, 산소를 (공급해) 준다든지 그런…"
하지만, 전국에 있는 회복지원차는 모두 8대. 공단이 많은 울산이나 산불이 잦은 강원도에도 회복지원차는 없습니다.
소방관들은 버스를 개조해 쓰고 있지만, 냉방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송용 버스는 이렇게 발도 뻗을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아 휴식이나 회복 기능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처치는커녕 열기조차 식히지 못하고 현장에서 탈진하는 소방관도 많습니다.
류상일 / 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회복지원차를) 불을 끄는 데 꼭 필요한 장비로 봐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소방관들의 복지라든가 처우 장비로 보기 때문에, 예산에서 뒤로 밀리고…"
회복지원차 예산은 올해 소방청 예산에도 포함되지 못한 상황.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면 소방관의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하지 않을지…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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