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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숙모와 내연남에게 성폭행 당했다"…경찰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 등록: 2022.02.04 오후 16:51

  • 수정: 2022.02.06 오후 13:59

지난 2018년, 고등학생이었던 김 모 양은 숙모 A에게 의지하게 됐다.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와 함께 살아왔는데 아버지가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면서 의지할 가족이라곤 A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김 양이 A를 어머니처럼 따르게 될 무렵, A는 김 양에게 자신의 내연남인 B를 소개시켜주며 "너도 (내 외도 사실을) 알게 됐으니 공범이 됐다"며 이상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숙모, '이건 조건만남이다'라며 현금 건네"

2018년 봄, A는 김 양과 술을 마신 후 노래방에 데려간 뒤 내연남 B를 자리에 불렀다. 그리고 김 양을 자신의 내연남인 B 옆에 앉게 한 뒤 갑자기 유사 성행위를 시켰다. 김 양이 화들짝 놀라며 거부했지만 숙모 A는 "그냥 하라"고 머리를 누르며 강요했다는 게 김 양의 주장이다. 이후 A와 B는 김 양을 모텔에 데려가 성관계를 했다. 다음 날 A는 김 양에게 "이건 조건만남이다"라며 5만원을 내밀었고, 김 양은 계속 거부하다, 1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김 양 측 주장에 따르면, A는 이후에도 구미 옥계의 무인텔(2018년), 안동 임하면 수상레저타운 내 카라반(2020년) 등에 김 양을 데려가 내연남 B와 함께 수 차례 강제 추행했다. 2019년에는 남해의 펜션, 구미의 모텔 등에 친구 C를 불러 김 양을 성폭행하게 했다.

김 양은 2020년 7월 뒤늦게 특수 강간, 특수 강제 추행,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방조 등으로 숙모와 내연남을 고소했다. 그리고 김 양 측은 아래와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예천경찰서에 증거로 제출하고 사건이 일어났던 모텔 상호명, 이동 경로 등을 모두 진술했다.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

김 양 : 작은엄마 그건 즐겁게 노는게 아니에요. 몇 번이나 제가 싫다고 어떻게 해야되냐고 말씀드렸는데 억지로 성관계 시키시고, OOO 아저씨가 저 옷 벗기는데도 말리지 않으셨잖아요. (생략) 친구분 한명 더 오신다고 애초에 말씀 안하시고 가는 도중에 말씀하셨잖아요.

A : 지나간 거는, 내가 몰라서 진짜 미쳐서 그런 것 같네. 네가 나를 엄마로 생각하고 다시 받아주고 하면 나도 이제 지나간 것처럼 안 하고… (생략) 내가 부탁 하나만 할게. 내가 알고 네가 알고있는 이 일은 끝까지 비밀로 해줬음 해. 애들이 불쌍하잖아. 나는 용서 안되겠나? (생략) 아저씨가 그렇게 하자고 한 거야, 네가 (내연관계를) 불어 버릴까봐 걱정돼서 그런 것 같아.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인정…'합의'했으니 무혐의"

고소장을 받아든 예천경찰서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상주지청에 송치했는데, 상주지청은 사건을 9개월 가지고 있다가 "보완수사하라"며 사건을 예천경찰서에 돌려보냈다. 이후 예천서는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가 없다"는 이유가 적힌 '불송치 결정서'를 지난해 김 양 측에 보냈다.
이 결정서에는 "피의자 C는 고소인(김 양)과 성관계한 사실은 있지만 합의 하에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다…증거 불충분하다"고 적혀있었다.

김 양 측은 예천서에 불송치 이유에 대해 알려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냈는데, 추가적인 내용 없이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한다,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가 없다"라는 같은 답변만이 돌아왔다.
예천서와 상주지청 측은 기자에게 "사건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려줄 수 없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인정되지만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보인다"고 했다.

숙모인 A씨 측도 기자에게 "너무 당황스럽다"며 "상대방(김 양) 측에서 허위사실로 고소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난 무죄"라고 반박했다.

▲"18세 미만에게 성적인 행위 시켜…아동학대 해당"

김 양 측 변호인인 김승한 변호사(지음법률사무소)는 "숙모가 강제적인 성관계를 인정하며 미안하다는 메시지도 보내왔는데 불송치 결정서에는 이를 배척하게 된 이유가 전혀 나와있지 않다"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 범죄에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도 강력한 증거인데 그냥 무시돼버렸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서 장기간 사건을 쥐고 있다가 보완수사 명령을 내자마자, 경찰이 불송치했다"며 "이런 절차 진행에 대해서도 아무 설명이 없는 상황"이라며 불복하겠다고 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실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더라도 김 양은 숙모의 지배 하에 있던 상황"이라며 "18세 미만에게 성적인 행위를 시키는 것이 다 아동학대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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