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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보험가입 거절"…주홍글씨된 'F코드'가 뭐길래?

  • 등록: 2023.05.02 21:39

  • 수정: 2023.05.02 22:13

[앵커]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신 질환입니다. 필요하다면 병원을 찾는 게 적절하지만,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으면, 정신과 질환을 뜻하는 'F 코드'가 기록에 남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보험 업계는 'F 코드'를 보고, 신규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비자탐사대 송민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A씨는 뇌혈관과 허혈성심장질환 보험에 가입하려다가 보험사 3곳으로부터 거절당했습니다.

지난해 내과에서 감기약과 처방받은 34일치 수면 보조제가 문제 된 겁니다.

A씨 / 직장인(수면 보조제 초방)
"'잠이 안 온다' 그러니까 의사선생님이 권유를 하셨어요. 그런데 '30일 이상 수면제를 복용한 사람은 'F 코드'에 걸려서 가입이 안 된다'고…."

고등학교 교사 B씨도 수험생활 압박 등으로 정신의학과를 찾았던 게 실손 의료보험 가입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B씨 / 고등학교 교사(양극성 성격장애·ADHD 치료)
"더 잘 살고 싶어서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는 걸 선택한 사람들이….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신의학과에서 약물 처방을 받으면 각급 병·의원이 건강보험 전산망에 정신건강의학과 병력을 뜻하는 'F코드'로 기록합니다.

그런데 보험업계에선 F코드가 있는 사람에 대한 신규 보험 가입을 꺼립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F코드 기록이 있을 경우 충동적이거나 위험한 행동 등으로 보험금 지출 가능성이 높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기 때문.

C보험사
"정신과쪽 약물 같은 경우에는 거절 사유가 될 수가 있어요. 보험금 지급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다 보니까…."

취재진이 정신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F코드 보험 가입 불이익 제보를 받았더니 이틀 만에 56건이 접수됐는데, 2030 세대가 85%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F코드를 안 남기려고 진료비를 현금 지급하거나 비급여 진료를 자처하고, 아예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기도 합니다.

D씨 / 대학생(우울증·불안장애 치료)
"(정신의학과) 방문 주기는 2주에 한 번…. 한 번 갈 때 (비급여로) 10만 원 초반대, 급여로 하면 3만 원 후반대, 급여로 진료받으면 기록이 다 남아서 (비급여로 현금 내요.)"

문제가 계속되자,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과 약물 복용을 이유로 한 실손 의료보험 가입 거부는 차별"이라면서 가입 기준 보완까지 권고했습니다.

보험업계 측은 "원칙적으로는 가입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차별은 계속되고, 보험업계를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

금융감독원 관계자
"인수(가입) 심사는 기본적으로 관리가 안 돼요. (보험)회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특정 고객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보험회사가 결정할 일이잖아요."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약 28%는 평생 사는 동안 정신질환을 최소 한 번 이상은 겪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 가입 제약으로 관련 치료가 기피되면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어 결국 사회적 부담이 커질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탐사대 송민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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