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드러내 논란이다.
싱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이 대표를 초청해 "중국에서는 두세 번 만나면 친구라는 말이 있는데, 이 대표를 친구라 생각하고 솔직히 몇 말씀 올리겠다"며 15분 가까이 발언을 내놨다.
싱 대사는 "현재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또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고 중·한 관계의 기초에 관계돼 있다. (한중이) 수교할 때 한국도 이에 대해 중국에 엄숙한 약속이 있었다"며 "우리는 한국 측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 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했다.
싱 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0년전 부통령 시절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했던 발언을 '패러디'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다"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역사와 사회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탁상공론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리고 중국 국민들은 일치단결해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위대한 중국몽을 진행한다는 그런 결심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싱 대사는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중국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2013년 12월 방한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만난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논쟁적 발언을 뒤집어 놓은 듯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바이든은 "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이라고 말했고, 이는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절대 좋은 베팅이 아니다"로 통역됐다.
싱 대사는 남북 문제에 대해 "중국은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며 조속히 '쌍중단(雙中斷)'을 다시 추진할 것을 호소한다"고도 전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훈련을 함께 중단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이다.
싱 대사는 최근 한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가 확대되는 원인과 책임도 한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는 등의 객관적 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더욱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국은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 구도를 형성했다"며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 시장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면 분명히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민주당이 대중 관계를 중요시해 왔다.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싱 대사가 10장 가까이 준비한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 이 대표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손은 깍지를 끼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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