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따져보니] 소아과 혼자 간 아이…"진료 거부" vs "아동 방임"

  • 등록: 2023.07.26 21:41

  • 수정: 2023.07.26 21:43

[앵커]
보호자 없이 병원에 혼자 온 아이를 의사가 진료하지 않고 돌려보내자, 부모가 '진료거부'라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에 소아과의사회까지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는데요. 이런 경우 누구의 잘못인지, 제도적 허점은 없는 것인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먼저,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네, 충남의 한 소아과에 이런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9살 난 아이가 보호자 없이 와서 돌려보냈더니 아이 엄마가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민원을 접수해 당분간 병원문을 닫는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혼자 온 아이를 돌려보낸 게 부당한 진료 거부에 해당되는 건가요?

[기자]
의료법 15조에는 환자가 진료를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요. 어떤 게 정당한 사유인지 구체적인 규정이 없습니다.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조사를 한 보건소 역시 "정해진 기준이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보건소 관계자
"의료법상에 해당 나이대에 어떤 고지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조례나 지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저희가 의료법 위반이다 아니다 이 사항을 말할 수는 없어요."

의료법 전문가들은 "보호자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돌려보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병원 측이 아이 엄마에게 올 수 있겠느냐고 연락을 했기 때문에 진료 거부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당장 아이가 아픈데 부모 입장에서는 좀 매정하다고 느낄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이럴 때 또 하나 중요한 판단 기준이 응급 상황이냐 아니냐입니다. 응급의료법에 보면 8살 이하인 아이가 진찰을 받기 어려운 공휴일이나 야간 시간대에 열이 38도 이상 나면 응급 상황으로 봅니다. 이 아이는 열이 39도쯤이었는데, 평일이었고 9살이었죠. 병원 측에서는 보호자 없이 온 아이를 진료했다가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황수철 / 변호사 (서부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위원)
"의료인이 이 아이를 봤을 때 응급이 아니다 라고 생각을 하면은 만약에 또 동의를 받지 않고 진료를 했을 때의 그런 위험 부담 때문에 이제 진료를 거부라기보다는 진료를 일단 유예시킨다고 표현을 해야겠죠."

[앵커]
미국에서는 어린 아이를 혼자 집에 두는 것도 아동학대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자체로 문제가 되진 않습니까?

[기자]
그렇지 않아도 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민원을 접수한 보호자를 형사 고발하겠다고 했는데요. 아동학대의 범주에 보호자의 방임이 포함되지만 고의성이 중요합니다. 종교적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거나 치료가 필요한데 방치하면 의료적 방임 행위인데요. 그런 면에서 아이 부모가 처벌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법적인 문제라기보단 우리 사회에 서로에 대한 관용이 부족해서 나타난 논란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이건 법적으로 논쟁을 벌일 일이 아니라 어린이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생각을 해 봐야 겠는데요.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