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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법카제보자 2차 폭로, 경찰 수사 끝난 사건?

  • 등록: 2023.08.22 16:45

  • 수정: 2023.08.22 20:37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지난 21일 오후, 전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 씨는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취재진을 맞았습니다. 넥타이까지 반듯하게 맨 모습이 퇴직한 전직 공무원이 아닌, 막 퇴근한 직장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뷰하는 시종일관 다소 경직된 상태였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해 물을 들이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경기도청 비서실 소속으로 '사모팀'에서 일하며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을 때만 해도 자신의 일이 말단 공무원이 으레 하는 것인 줄 알았다는 A 씨. 그러나 "언론이 자신의 행적을 문제화하고, 이재명 대표가 몰랐다며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니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TV조선 뉴스9에서 보도된 <[단독] 공익제보자 "이재명, '김혜경 법카유용' 인지했을 것"(21일자)> 리포트에 이어 A 씨와 나눈 인터뷰 추가 내용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김혜경에서 이재명으로, 왜?
지난 대선 정국 이후 1년여 만에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선 A 씨. 그 이유에 대해 "폭로를 해도 이재명 지사는 당 대표가 되고 바뀌는 건 없어서"라고 했습니다. 법카 유용이 부인 김혜경 씨의 개인 잘못으로만 한정돼 버린 게 문제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김 씨의 법카 유용 의혹에서 이 대표의 부패 의혹(지시나 묵인)으로 폭로의 방향타를 돌린 이유입니다.

취재진이 가장 궁금했던 것도 역시나 이 대표가 법카 유용과 공무원 사적채용 등을 당시에 인지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더 살피고 경계했어야 마땅했다"며 전모에 대해 그 당시 자신은 몰랐다는 취지로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에 대해 "이 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며 다음의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배 씨가 이재명에 부인 의전 보고"

A 씨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직속 상관이었던 공무원 배 씨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의 독대를 통해 부인 김혜경 씨 의전에 대해 자세히 보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기적으로 이 지사와의 단독 면담에서 부인의 의전 내용을 공유한다'고 배 씨가 자신에게 얘기했다는 겁니다. A 씨는 "음식을 올리고 사적 심부름을 하는 것까지 다 지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독대였기 때문에, 법인카드를 쓰고 도비로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에 대한 세세한 보고까지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가 주장하는 이 대표의 '부인 의전 인지 정황'은 더 있습니다. 대선 경선 때 배 씨가 이 지사에게 공무원 사직 뒤 김혜경 씨 수행을 하겠다고 하니, 이 대표가 "사적 의전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 일단 나가지 말고 있으라"고 만류했다는 겁니다. 이 역시 배 씨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A 씨는 이 대표가 그간 부인에 대한 공무원 의전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② "법카로 이재명 주말 식대까지"

A 씨는 도청에서 살 수 있는 건전지나 커피 등 집안 물품은 법카로 결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밖에 것들은 외부에서 구입한 뒤 영수증 처리를 했다고 했습니다. 주말 공관으로 들어가는 식사도 '지사 의전팀'에서 공금으로 외부 식당을 통해 구입해오면, 그것을 받아 공관 지하 식당에서 그릇에 옮겨 닮은 뒤 이 지사에게 올렸다고 합니다. 법카가 김혜경 씨를 넘어 이 지사에게도 업무 외적으로 남용됐다는 주장입니다.

A 씨는 주말에 공관 식사 준비를 하면서 집무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이 지사와 독대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어디서 일하고 있느냐"고 물어 "비서실"이라고 답하면서, 휴일에 공무원 의전을 받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특히 속옷을 빨아 정리한 일은 "부인 김 씨가 관사엔 한 달에 한 번밖에 오지 않았고 개인 도우미도 없었기 때문에, 공무원의 조력이라고 이 지사도 알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경찰 수사 끝난 사건?
이 대표 측은 A 씨의 진술에 대해 "이미 법카와 관련해선 경찰 조사가 끝났다"며 "이 대표가 연루됐다면 그때 경찰이 밝혀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A 씨가 책 발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목적성이 다분한 폭로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됩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다 진술했지만 묵살당했기 때문에 권익위 신고를 통해 검찰 수사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물론 A 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증거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 대표 집안 빨래와 휴일 식사 의전 등을 보여주는 일부 사진은 있지만, 직접적 증거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이 대표의 음성이나 사진이 있었다면 의혹의 실체는 더 명확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A 씨는 오로지 상관인 배 씨의 지시만을 받았고, 배 씨는 A 씨가 이 대표 부부와는 직접 대면도 할 수 없도록 동선을 조종했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용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말대로라면 '완벽한 내부 폭로자'가 되기엔 한계가 이미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겁니다.

A 씨는 이 대표 비서진들이 모두 점조직으로 운영돼 서로의 하는 일을 알지 못하도록 관리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폭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제 '수사의 영역' 너머에 있다는 생각도 드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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