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여론조사 홍수시대죠. 여론조사로 대선후보까지 결정하는 세상인데, 그 신뢰도는 높지 않습니다. 조사를 기계가 하느냐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다르게 나오고 있는데다, 조사기관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죠. 특히 10%도 안되는 낮은 응답률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조사협회가 오늘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 하는데,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또 각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는 어떻게 달랐는지 서주민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서 기자, 여기 지금 정당 지지율이 나와있는데 조금씩 차이가 있네요.
[기자]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서로 다른 여론조사입니다. 세 개 중 한 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1%p차이인데, 나머지 두 개는 10%p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 두 여론조사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2%대의 낮은 응답률입니다. 반면, 차이가 거의 없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4.2%였습니다.
[앵커]
왜 응답률 차이가 생기는 건가요?
[기자]
가장 큰 이유, 조사 방식의 차이입니다. 실제로 한국갤럽은 사람이 전화해서 물어보는 전화면접 방식이었고, 나머지 두 여론조사는 자동응답기계가 물어보는 ARS 방식이었습니다. 만약, 전화를 딱 받았는데 ARS 기계음이 들리면 아무래도 쉽게 끊을 수 있는데, 반면 사람이 물어보면 좀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일단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봐주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앵커]
그런데, ARS 기계음인데도 끝까지 전화를 끊지 않고 응답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가요?
[기자]
정치에 관심이 많거나, 특정 정당, 후보를 강하게 지지해서 여론조사에 꼭 반영하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겠죠. 그렇다보니 ARS 여론조사가 실제보다 좀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조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2019년에 한국통계학회가 실제로 실험을 해봤는데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했더니 사람이 물었을 때와 ARS 기계로 물었을 때 '잘 못한다'는 응답이 무려 18%p나 차이가 났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ARS의 경우가 전화면접조사보다 응답자의 정치적 관심도가 높았고, 보수와 진보 양극단에 치우친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미국 대선을 앞뒀던 2019년 CNN은 ARS 조사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용 보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결과를 비교해 볼 필요도 있겠어요.
[기자]
지난 대선 직전 여론조사를 한 번 보겠습니다.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인데요, 응답률이 16.5% 였습니다. 당시 1%p 차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결과도 0.7%p차 박빙이었죠.
반면 ARS 방식으로 응답률이 6.6%에 불과했던 리서치뷰 여론조사의 경우 6%p 차로 상대적으로 차이가 더 크게 조사됐었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여론조사업체들이 ARS 방식을 쓰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전화면접방식은 사람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하니 인건비가 많이 듭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그러다보니 대다수의 영세업체들은 ARS 방식을 선호합니다. 사실 이번에 조사협회가 전국단위 선거에서는 응답률이 7%가 넘어야 한다는 기준을 준칙으로 제시했지만, 협회에 가입된 여론조사업체 34곳은 이른바 '메이저 업체' 입니다. 그러니까 나머지 영세한 업체들은 이 준칙을 따르지 않은 채 계속 영업을 하는 거고, 크고 작은 문제들도 계속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응답률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여론조사는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여론조사는 우리 정치 현실에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제도적으로 정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