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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유를 경계하라'…한나 아렌트 '난간 없이 사유하기'

  • 등록: 2023.10.27 오후 12:13

  • 수정: 2023.10.27 오후 12:39

/문예출판사 제공
/문예출판사 제공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미출간 에세이 16편이 담긴 책이 출간됐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문예출판사)는 아렌트의 에세이를 제자 제롬 콘이 시기별로 정리해 엮은 것으로, 1953년부터 1975년까지 쓰인 글 42편이 실려 있다.

아렌트는 행동하기 이전에 멈춰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란 그가 사유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로, '난간'은 우리가 판단할 때 기대는 전통적인 개념을 뜻한다. 즉 난간 없이 사유한다는 것은 우리 정신을 속박하는 틀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유는 무슨 생각이든 비판적 검토에 부치는 작용이죠. 실제로 사유는 엄격한 규정, 일반적인 의견 등에 속할 만한 무엇이든 그 기반을 무너뜨리는 작용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유 자체가 그토록 위험한 일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위험한 사유가 존재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는 무사유, 즉 생각이 없는 편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믿습니다. 사유가 위험하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무사유가 훨씬 더 위험하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P.706)

아렌트는 무사유, 즉 사유 능력 없음의 위험성을 유대인 집단학살을 실행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사례를 들어 경고한 바 있다. 타인의 처지를 상상하지 못하는 게으름과 어리석음이 거대한 악을 낳는다는 '악의 평범성' 개념도 여기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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