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로 병아리를 치어 쓰러뜨리자, 다른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병아리 고장 났어."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자는 공익광고입니다. "우리 아이도 병아리를 장난감으로 알고 있진 않을까요?"
최인호 동화를 각색한 애니메이션에서 도단이는 아파트에 삽니다. 맞벌이 부모는 성적 말고는 아이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아이는 베란다에서 병아리를 떨어뜨리고, 화단에서 개미를 돋보기로 태웁니다. 한수산 단편에서 아파트를 쏘다니며 놀 거리를 찾던 아이들도 행상에게서 병아리를 삽니다. 5층 베란다에서 떨어뜨려 누구 병아리가 멀리 나는지 내기합니다. 병아리를 또 사 와 옥상에서 어느 병아리 숨이 오래가는지 겨루지요. 병아리가 너무 쉽게 죽자 내일은 낮은 곳에서 날려보자고 합니다. 아이들은 생명과 죽음에 무감각하고 슬픔과 눈물을 잊어버립니다.
여덟 살 아이가 아파트 10층쯤에서 던진 돌에 일흔여덟 노인이 숨진 사건은, 남의 일일 수 없습니다. 누구든 언제 당할지 모를 날벼락입니다. 노인은 다리가 불편한 부인을 부축해 현관으로 들어가려다 어른 주먹만한 돌에 머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유족은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몰라 억울하고 황망하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촉법 소년보다도 더 어려 형사 책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복도식이 아닌 동에 사는 아이는 친구와 함께 와, 복도 방화문에 괴어놓은 돌을 집어 던졌습니다. "별 생각 없이 장난으로 던졌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8년 전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두 사상자를 낸 아홉 살 아이는 "물체가 땅에 닿을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했다"고 했지요.
2007년 비슷한 사건의 중학생 둘은 "장난 삼아 했다"고 진술했고요. 역시 열네 살이 안 돼 형사 처벌을 면했습니다. 유족은 하소연할 데가 없어 절망하는 한편으로, 아이와 부모는 죄책을 안고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그렇듯 남의 자식 얘기로 넘길 수도 없는 일이지요.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가수 신해철은 여섯 살 때 노란 병아리를 집 뜰에 묻어준 기억을 잊지 못했습니다. 병아리는 며칠 시름시름 앓더니 새벽에 숨이 멈췄지요.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아파트 옥상, 비탈진 지붕에 아이들이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습니다. 도시의 아이들은 놀 곳도, 놀 시간도 없습니다. 아파트는 다닥다닥 붙어 사는 콘크리트 정글이지만 칸칸이 단절됐습니다. 학교와 학원에 치여 자연과 멀어지고 놀이를 잃은 아이들은, 삭막한 아파트를 배회하는 게 고작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삶과 죽음, 생명과 연민을 가르쳐주는 것은 온전히 어른들, 부모들 몫입니다.
11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아파트의 아이들'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