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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미성년자 '술·담배'…판매자만 처벌?

  • 등록: 2023.12.12 오후 21:38

  • 수정: 2023.12.12 오후 21:41

[앵커]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팔았다가 걸리면 현행법상 판 사람만 처벌 받습니다. 그런데 이 점을 악용하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는데요. 어느 정도인지 뭐가 문제인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한 식당 주인이 올린 글이 화제라고요?

[기자]
네, 지난 7일 인천에서 술을 포함해 16만 원 어치를 먹은 고등학생들이 계산서 뒤에 이런 글만 남기고 달아났다는데요. 자신들이 미성년자라고 밝히면서 "신분증 확인을 안 했으니 신고하면 영업정지인데 그냥 가겠다"고 한 겁니다. 자영업 커뮤니티에선 이런 피해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지난 5월 광주에서는 편의점을 돌며 담배를 사고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해 돈을 뜯어낸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앵커]
황당하군요. 그런데 이런 경우 정말 점주만 처벌 받습니까?

[기자]
네,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제공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영업장은 6개월 이내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모두 판매자에게만 해당되는 처벌 기준입니다. 문제는 교묘하게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윽박지르는 식으로 일일이 나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는 점입니다.

안재훈 / 인천 식당 운영 (영업정지 피해자)
"영업정지 2개월 하면 가게는 완전히 망하는 거죠. 저희는 일단 장사하는 것보다 이거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우리가 무슨 검문소도 아니고. 청소년에게도 경각심을 일으켜 줘야 술을 갖다 이렇게 몰래 먹지 않을 거 아니냐…."

[앵커]
참 교묘하군요. 그럴 땐 정말 억울하겠어요.

[기자]
네, 그래서 이런 억울한 사례를 감안해 2019년부터 법이 바뀌었는데요. 가짜 신분증을 써서 모르고 술을 팔았다거나 폭행, 협박으로 신분증을 확인하지 못했을 때는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했다 적발된 7000곳 가운데 영업정지를 면제 받은 사례는 전체 3%도 안 되는데요. 입증 책임이 업주에게 있어서 처벌을 면제 받기가 쉽지 않은 탓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둘 순 없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법제처와 국민권익위가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8명은 나이 확인과 관련해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업주의 처벌을 완화하거나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 하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은 음주 청소년에게 벌금이나 구금, 사회봉사명령을 내릴 수 있고, 영국과 호주에서도 청소년에게 직접 벌금을 부과합니다. 일본과 대만은 부모나 보호자에게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내립니다. 일본에서는 술 담배를 사려면 성인이 아닐 경우 책임 지겠다는 동의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우리도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책임은 물어야 긴장감을 가질 거란 말이 나옵니다.

[앵커]
적어도 앞서 본 경우, 청소년들이 돈을 내지 않고 오히려 협박을 하는 일 만큼은 제도적으로 꼭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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