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제공
고성희, 무릎을 꿇는다. 당황하는 주민들.
('생활풍경')
2016년 극단 신세계의 '파란나라'를 보고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을 받았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내 2시간짜리 꽉 찬 연극으로 구성하는 능력,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설정과 대사, 그것을 뜨겁게 살아내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극장에선 아르토적 광기 비슷한 것이 꿈틀댔다.
이후 며칠간 홀린 듯 '파란나라를 보았니'를 흥얼거리던 우리 자매는 '한 번 본 연극엔 되도록 돈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서둘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해의 연극'을, 어떻게든 한 번은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희곡집 '생활풍경'을 읽는 내내 신세계의 연극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몸이 달았다. 한국 사회의 지금-여기에 칼날을 들이대는 그들의 치열함은 여전했고(이런 이야기를 연극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예술이 있을까?), 무대 위 배우들의 합은 눈에 보일 듯 생생하게 페이지 위로 떠올랐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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