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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유권자만 참담합니다

등록 2024.02.27 21:54 / 수정 2024.02.2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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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멕시코시티 마라톤'입니다. 멕시코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대회라고 합니다. 그런데 참가자 3만 명 중에 꼼수 완주자가 만 천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지하철로 이동하고, 음식점에 앉아 있는 사진들이 SNS에 잇따랐지요.

인도 학부모들이 고입 자격 시험장을 스파이더맨처럼 기어오릅니다. 자식에게 커닝 페이퍼를 건네려는 겁니다.

아예 종이상자를 씌워 시험을 치르는 대학도 있습니다.

인간 탐욕에 사회 규범이 무너진 혼돈 상태를 '아노미' 라고 합니다. 염치와 수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약육강식 세상입니다.

우리 정치의 아노미가 위성정당 선거판 입니다. 이른바 떴다방들이 눈 가리고 아웅하며 허공을 맴돌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위성정당 비례 20번 안에 진보당 후보 세 명을 넣기로 했습니다.

울산 북구는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한답니다. 통진당 후신 진보당에게 네 석을 차지할 수 있게 해준 겁니다. 통진당은 북한을 추종하다 해산됐습니다.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을 이끈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선동죄로 형을 살았습니다. 그 인맥과 강령을 이어받은 당이 바로 진보당입니다.

민주당은 광우병 선동, 천안함 괴담 세력이 주도하는 연합정치 시민회의에도 네 석을 배정했습니다. 세 석을 배정한 새진보연합에는 극좌 성향 정당이 모였습니다.

범야권 지지가 절실한 이재명 대표 처지라 해도, 멈춰야 할 선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대표에 국장급 당직자를 앉혔습니다. 대놓고 '부하 정당' '바지 정당'이라고 내세우는 격입니다.

지난 총선 위성정당 대표와 치렀던 내분을 차단하겠다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심했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국 신당 합류를 시사했습니다. 어리둥절합니다.

조 전 장관은 네 차례 음주-무면허 운전 인사를 영입해, 또 어록 하나를 소환시켰습니다.

멕시코시티 마라톤 꼼수 참가자들은 모두 실격됐습니다. 커닝 쪽지를 갖다준 인도 학부모와 교사 천 명도 처벌 받았습니다.

태연히 별짓 다하고도 금배지 달고 행세하는 우리 정치판의 아노미가 훨씬 더 심각합니다. 구제 불능입니다.

2월 27일 앵커칼럼 오늘 '유권자만 참담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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