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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명·문 정당, 멸문 공천

등록 2024.02.28 21:53 / 수정 2024.02.2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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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엎드려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등 뒤로 부엉이와 박쥐 형상을 한 괴물이 어지럽게 납니다. 책상 옆면에 쓰여 있습니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고야는 인간 내면의 광기와 폭력을 어둡고 잔인하게 그려냈습니다. 그러면서 '야수가 되지 말자'고 했지요.

2천 년 전 라틴어 경구입니다. '인간은 인간에 대해 늑대다.' 이성과 도덕을 잃고 이기적 탐욕에 사로잡히면,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는 짐승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당 태종 이세민을, 닮고 싶은 인물로 꼽습니다. 정적의 책사였던 위징을 중용해 쓴소리를 받아들였던 도량을 칭송하곤 했지요.

"쓴소리를 잘해서 기분이 나쁘면 포상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한 뒤 당권에 도전하고 총선까지 출마하자 쓴소리를 했습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이재명으로 돌아오라.'

임 전 실장이 공천 경선에서 밀린 뒤 민주당 의원총회는, 선혈이 낭자한 '하드고어' 영화를 방불케 했습니다. 친문계 좌장이 이 대표를 면전에서 공격했지요.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것이라더니, 자기가 아닌 남의 가죽을 벗기고 있다.'

친명과 친문이 하나라던 '명·문 정당'이, 친문을 괴멸시키는 '멸문 정당'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임 전 실장은 오는 8월 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의 경쟁자로 거론돼 왔습니다. 설마 그랬겠습니까만, 공천을 정적 제거 도구로 삼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대권 가는 길까지 내다본다는 얘기겠지요.

당장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눈길이 갑니다. 이 대표에게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명문 정당'을 말했던 분이니까요. "제3의 세력까지 힘을 모으라"고 대선 조언도 했지요.

이세민에게 위징이 올린 쓴소리입니다. '지금 형벌과 상을 내림이 다 바르지 못하다. 곱고 미움에 따라 펴거나 굽히고, 웃고 성냄에 따라 경중을 가른다.'

인간이 늑대가 되는 약육강식 세상에 이런 라틴어 경구가 절실합니다. '미니마 모랄리아', 한 줌의 도덕 입니다.

2월 28일 앵커칼럼 오늘 '명·문 정당, 멸문 공천'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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