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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앵커칼럼 오늘] 임영웅의 방석

등록 2024.03.01 21:52 / 수정 2024.03.0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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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노모는 고향 집을 홀로 지키며, 아들에게 갖은 찬거리를 보내십니다.

'신경통도 잊은 채 머위를 다듬고, 햇마늘을 캐고, 고추장이며 된장까지. 이런 게 사는 재미라고…'

어머니는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며 당부하지요.

'의자가 되거라.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양지바른 곳에 긴 의자가 있습니다. '오세요. 앉았다 가세요. 가끔은 누웠다도 가세요. 얼룩진 그늘도 가지고 와서…'

가수 임영웅의 공연 객석에는 두툼한 개인 방석이 놓입니다. 고척 돔 2만 석에도 빠짐없이 깔립니다. 나이 들며 엉덩이가 배기고 저린 분들에게 마음을 썼습니다. 지역마다 다채롭게 꾸며, 기념품 삼아 들고 가게 합니다.

지난 1월 미국 시애틀에서 공연을 보러 온 팬이, 방석을 두고 나왔습니다. 이웃에게 선물하려던 거라 속상했다는 사연을 팬 유튜브가 알렸습니다.

그러자 시애틀은 물론, 해외 팬들에게 보내달라며 전국에서 방석 2백 쉰아홉 개가 답지했습니다. 신청을 받아 서른 곳 넘는 나라에 배달했답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방석을 받은 할머니가 엊그제 임영웅의 이름으로, 어린이재단에 천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일흔아홉 살 이민 1세대, 수 테일러 할머니입니다. '임영웅의 선한 영향력이, 병상에 누운 내게 큰 위로와 감동을 준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임영웅 노래를 들으며 루게릭병의 고통을 잊고 행복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내게 보내 주신 선물'이랍니다.

임영웅 공연은 '초대권, 초대 가수, 빈 좌석'이 없는 '3무' 공연입니다. 대신 편안한 방석, 넓고 따뜻한 자녀 대기소 '효도 존' 그리고 넉넉한 간이화장실이 있습니다.

관람 후기에 찬사가 쏟아집니다. '환대 받고 대접 받았다' '국민 효자다'…

한 사람의 몸가짐과 마음 씀이 수많은 가슴에 훈풍을 일으키는, 선한 영향력을 실감합니다.

그런데 요즘 정치판을 비롯해, 국민 속을 헤집어 들쑤시는 사람들은, 어떤 영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선한'의 반대는 '악한'이겠지요.

3월 1일 앵커칼럼 오늘 '임영웅의 방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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