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통업계가 '랜덤박스'라는 걸 내놓는데요. 말 그대로 박스 안에 임의로 상품을 넣어놔 소비자는 어떤 상품이 들었는지 알 수 없죠.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이 들어있길 기대하며 구매하지만, 상술이 없을리 만무합니다. 이 상술이 완구용품에 적용되면, 등골이 휘는 건 부모입니다.
소비자탐사대 김예나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사리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상자를 열어보는 아이 얼굴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와! ○○○(캐릭터 이름)이다!"
"(맘에 들어요?) …….(절레절레)"
속이 보이지 않게 밀봉한 상자에 캐릭터 인형을 무작위로 넣어 파는 이른바 '랜덤박스'입니다.
어린이 사이에 인기가 높은 8종의 인형 중 상자 하나에 한 개 종류만 넣어 파는 겁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인형이 나올 때까지 1만2000원짜리 상자를 반복해서 사달라고 떼를 씁니다.
소품가게 직원
"이것 자체가 랜덤이어서, ○○○○(중고 플랫폼)나 이런 데서 구매하시는 거 아니면 불가능하세요."
아이돌 앨범에 포토카드를 랜덤으로 넣어서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립니다.
홍보람 / 3살 아이 어머니
"(원하는 인형을 사려면) 10만원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긴 하더라고요."
8개 중 1개를 골라낼 확률은 12.5%로, 원하는 인형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회당 1만2000원인 확률게임을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온라인 중고장터에선 웃돈을 얹어서라도 아이가 원하는 인형을 찾으려는 부모들이 줄을 잇습니다.
중고장터 이용 부모
"5살, 6살 때 전부 다 샀죠. 거의 다 사서 더는 안 사고. 이거는 그렇게 (랜덤으로) 팔아요. 나쁜 놈들이죠."
어린이들이 주고객인 완구업계가 동심을 악용한다는 비판도 높습니다.
이은희 /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매출을 늘리기 위한 방법인데 (아이들은) 일반적인 소비자들보다 인지나 정서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죠."
해당 완구업체 측은 일부 인기 제품에 뽑기 판매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탐사대 김예나입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