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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달콤한 레몬

등록 2024.05.20 21:53 / 수정 2024.05.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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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어린 검프의 다리에 보조 장치를 끼워주고서 말합니다.

"아이의 등이 정치인들 하는 짓처럼 휘었네요."

바보라고 놀림을 당하는 검프에게 어머니는 "너는 누구하고도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검프는 어머니가 들려줬던 속담을 써먹으며 바보가 아니라고 합니다.

"바보 짓을 하는 게 바보이지요."

자기 합리화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신 포도'는 잘 아시듯,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는 합리화이지요.

그 반대가 '달콤한 레몬' 입니다. 견딜 수 없이 신 레몬을 먹고도, 차마 시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자초한 결과를 부인하는 게 굴욕이라고 믿는, 어설픈 자존심 때문입니다.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정신 차리라'는 언사를 듣고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하고한 날 자존심을 꺾고도 회고록에서 김정은을 한없이 넓은 오지랖으로 감쌌습니다. "폭압적 독재자가 아니라 아주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연평도에 가서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김정은의 말도 전했습니다. 누가 뻔뻔하고 누가 순진한 건지 헷갈립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도 '절실한 진심' 이었답니다. 그런 회고록이 나온 날, 김정은은 탄도 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들으라는 듯 지시했지요.

"핵 무력 강화를 주저 없이 가속화하라."

문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 고도화에 시간을 벌어준 결과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성은 한마디 없이 "유엔 안보리 제재가 국면마다 애로로 작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해선 '배우자 첫 단독 외교' 라고 했습니다. 당시 외교부 문서에는 인도 관광 차관이 초청한 인사가 도종환 문체부 장관 이었다고 돼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주장대로 의혹이 아니라 왜곡인지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 머리글에 썼습니다.

"사실들을 거듭거듭 확인하면서 객관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갖은 욕설로 퇴짜 맞은 짝사랑이 깊고도 깊습니다. 덩달아 미각이라도 잃은 걸까요.

5월 20일 앵커칼럼 오늘 '달콤한 레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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