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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팬덤, 끝없는 식탐

등록 2024.05.21 21:51 / 수정 2024.05.2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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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같이 달려가는 특급열차 속에서 우연히 보았던, 하얗게 팬…"

으르렁대며 질주하는 기타, 쥐어짜듯 질러대는 초고음… 산울림 같지 않게 숨가쁜 리듬과 광포한 외침이, 멈출 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 같습니다.

"난 당신의 열렬한 팬이에요."

자동차 추락사고로 의식을 잃은 통속 소설가를 외딴집 여인이 구해 돌봅니다. 하지만 금세 광기를 드러냅니다. 여주인공이 죽는 원고를 고치라고 협박합니다.

"당신을 돕도록 도와줘요."

소설가는 굴복합니다. 먹고살려고 쓰다가 목숨을 지키려고 씁니다. 그녀는 수색 나온 보안관을 사살한 뒤 같이 죽자고 합니다.

"총탄을 두 개 넣었어요. 하나는 당신을 위해, 또 하나는 나를 위해."

'추미애 국회의장' 만들기가 무산되더니 요란한 후폭풍이 민주당을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탈당이 잇달고, 지지율도 떨어졌습니다. 극성 팬덤의 팔 비틀기에 이재명 대표부터 서둘러 엎드렸습니다.

"당원 두 배로 늘리고, 당원의 권한도 두 배로 늘리고…"

"탈당하지 말고 당비를 끊으라"고 달랬습니다. 어제는 시-도당 위원장 선정에도 권리 당원 뜻을 더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친명계에선 의장 후보, 원내대표, 당 지도부 경선에까지 더 반영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강성 팬덤이 판을 벌일 멍석을 더 넓게 깔아드리겠답니다.

이른바 개딸들은 자신들이 밀던 추 후보가 패하자 홍위병식 '수박 색출'부터 벌였습니다. 그러자 명색이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앞장서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합니다.'

우원식 후보에게 투표한 과반을 적으로 모는 언사나 다름없습니다. 당규로 정한 무기명 비밀 투표가 무색할 점입가경입니다.

강성 지지자들은 협치며 의회주의 같은 말에 귀를 닫은 지 오래입니다. 죽기 살기로 적을 괴멸하라고 등을 떠밉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왕 에리시크톤은 배고픔의 저주를 받아 끝없이 식탐을 부립니다. 먹잇감이 떨어지자 자기 발부터 먹어 치우다 잇몸만 남습니다.

이 대표는 이미 강성 당원들의 힘과 목소리를 키워주느라 공을 들여왔습니다. 이대로 가면 결국 어디에 다다를까요.

5월 21일 앵커칼럼 오늘 '팬덤, 끝없는 식탐'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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