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CSI] "내 거리가 왜 줄었지?"…물 빠진 공 색칠해 "특A급"으로 팔아

  • 등록: 2024.06.02 19:27

  • 수정: 2024.06.02 19:34

[앵커]
골프공이 비싸다보니, 골프장에서 잃어버린 공을 재처리한 일명 로스트볼을 저렴하게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 특A급 같은 문구를 담거나 정품의 상표를 그대로 달아 팔기도 하는데요 성능엔 차이가 없을까요?

소비자탐사대 윤재민 기자가 재처리 골프공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골프장에서 손님이 분실한 공을 세척해 판매하는 업체입니다.

물과 세제로도 지워지지 않는 흠집을 지우기 위해 아세톤 처리과정을 거치는데, 일부 골프공 겉면이 허물처럼 벗겨집니다.

중고 골프공을 다시 색칠해 파는 이른바 '재처리공'입니다.

배상철 / 중고 골프공 세척업자
"10~20% 정도는 리피니시볼(재처리공)이 섞여있는 것 같아요."

지름 4.2㎝ 무게 45.9g인 골프공은 고무공에 합성수지층을 감싼 구조입니다.

외부 표면을 코팅 처리한 정품과 달리, 상당수 재처리공은 유성페인트만 발라져 있어 아세톤에도 쉽게 녹는 겁니다.

온라인 쇼핑몰엔 "특A급 재처리 골프공을 판다"며 정품 가격의 3분의 1인 개당 21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습니다.

직접 구매해 살펴보니 박스 뒷면 작은 글씨로 '중고품'이라 표기돼 있을 뿐, 공 어디에도 재처리 표시는 없었습니다.

국내시험인증기관에 재처리된 골프공의 성능시험을 의뢰했습니다.

로봇이 같은 힘과 방향으로 정품과 재처리 골프공을 각각 12차례 쳤더니, 정품공은 평균 275m, 재처리공은 270m 날아갔습니다.

김광혁 / 스포츠산업 기술센터
"비거리도 한 5m 정도 떨어지는 걸 볼 수 있고, 좌우 편차도 새 볼에 비해서 조금 더 났어요."

재처리공이 정품보다 왼쪽으로 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아이언으로 쳤을 때도 공의 회전이 정품과 달랐습니다.

"편차가 (새 공은) 32고, 이건(재처리 공) 287"

2016년 법원은 재처리 골프공에 유명상표를 붙인 업체에 대해 성능과 품질이 정품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처럼 재처리 골프공에 '리피니시드'란 문구 표기를 의무화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탐사대 윤재민입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