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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이재명의 언론 본색

등록 2024.06.17 21:55 / 수정 2024.06.1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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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땅콩 장수! 이리 던져!"

고등학생이 야구장 땅콩 소년에게 거만을 떱니다. 메이저 리그 구단들이 탐내는 유망주 거포여서 뵈는 게 없습니다.

"나보고 돈 내라고? 외상 달아!"

노련한 스카우터는 천박한 그에게서 치명적 단점을 봅니다. 대신 찾아낸 보물 투수가 가난한 땅콩 소년입니다.

"장난쳐요? 쟤 공을 치라고요?"

'본새'는 '동작이나 버릇의 됨됨이'를 뜻합니다. 앞에 '말'이 붙으면 '말하는 태도나 모양새'를 가리키지요.

"내가 (인터뷰 연결을) 끊어버릴 거야. 예의가 없어!"
"잘 안 들리는데요… 고맙습니다."
"막지 마시죠."

이 대표가 엊그제 재판에 출석하면서 시위대 구호를 짜증스러워합니다.

"못하겠어요. 시끄러워서! 좀 조용히 하세요!"

발언 초반부터 기자들 면전에서 개에 빗댑니다.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여러분들은 왜 보호받아야 합니까?"

'이제 너희는 보호받기 힘들다'는 협박입니다. 기자들이 어떤 보호를 받고 있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른바 '여의도 대통령' 다운 말본새입니다.

이화영 사건 유죄 선고로 이 대표 심기가 편치는 않겠지요. 이 씨 변호인도 '이 대표의 유죄를 추정하는 유력한 재판 기록' 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재판부에겐 일언반구 없이 느닷없는 언론을 걸고넘어졌습니다.

유리한 보도는 진실이고, 불리한 보도는 소설이라는 게 이 대표의 언론관인가요.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생방송도 끊어버렸던 본새처럼 말입니다.

성남시장 시절 TV조선이, 욕설과 형 입원 의혹을 보도하자 겁박했던 일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여러분은 닉슨을 더 이상 걷어차지 못합니다. 이게 내 마지막 기자회견이니까."

닉슨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패한 탓을 언론에 돌렸습니다. 한 시간 회견에서 48분을 언론 악담에 쏟았습니다. 그 뒤로 '마지막 회견'은 '정치 생명을 버리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가 됐습니다.

이 대표가 '기자들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어떤 행동으로 옮길지 궁금합니다. 물론 보호해달라고 한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6월 17일 앵커칼럼 오늘 '이재명의 언론 본색'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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