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피부 건강을 위해서 샤워기에 필터를 넣어 쓰시는 분들 많으시죠. 업체들은 수돗물 속에 있는 염소나 미세플라스틱을 없애준다고 홍보합니다.
광고만큼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소비자탐사대 김예나 기자가 성능 검사를 직접 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46년 된 구축 아파트에 이사온 20대 여성은 녹물이 나오는 걸 보고 필터샤워기를 구입했습니다.
피부를 건조하게 만드는 잔류염소나, 미세플라스틱을 없애준다는 광고를 보고 구매를 결정했지만 효능엔 의문이 남습니다.
필터샤워기 이용자
"필터를 끼긴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인증 받았다 얘기를 하는데 제가 눈으로 확인한 게 아니잖아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필터샤워기'를 검색하면 제품 종류만 54만 개가 나올 정도로 홍보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실제 효과가 있는지, 전문 연구진과 함께 필터샤워기 6종의 성능을 실험해 봤습니다.
녹물의 혼탁 정도를 50% 이상 걸러낸 필터샤워기는 6개 중 3개에 불과했고 한 제품은 녹 제거율이 22%에 그쳤습니다.
염소 제거와 미세플라스틱 제거에 특화돼 있다고 홍보하는 샤워기 각각 3종에 대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돗물에 남아있는 염소를 없애준다던 필터 샤워기 성능을 검증해봤더니 3개 제품 모두 염소 제거율이 20% 이하였습니다.
"(잔류 염소가) 엄청나게 줄어든 건 아닌 걸로 판단이 됩니다."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한다는 필터샤워기들의 경우 일반 샤워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물에 남은 미세플라스틱 수가 오히려 1.5배에서 2.7배 더 많이 검출됐습니다.
김현욱 / 서울시립대 탈플라스틱특성화대학원 교수
"(샤워기) 헤드 자체도 플라스틱 재질일 수도 있고요. 섬유계 플라스틱들은 되게 얇고 길고 필터 공극(구멍)을 통해서 이렇게 지나갈 수가 있어요."
2021년 한국소비자원은 환경부에 필터샤워기에 대해서도 표준화된 성능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환경부는 물기술인증원에 KC인증 검토를 의뢰했지만 "샤워기는 음용 목적을 갖고 있지 않아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일반 샤워기에 비해 비싸게 팔리는 필터샤워기에 대한 성능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탐사대 김예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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