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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건의 해부] 6살 아이 앞에서…'인천 스토킹 살인범' 사죄는 없었다

등록 2024.07.19 08:19 / 수정 2024.07.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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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금요일 이 시간, 한주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 이슈를 파헤쳐 봅니다. 사건의 해부 시간입니다. 오늘도 사회부 사건데스크, 최석호 차장 나왔습니다. 최 차장, 오늘은 주제는 뭡니까? 

[기자]
"6살 아이 앞에서…" 입니다. 지난해 이맘때 있었던 일입니다. 새벽시간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던 37살 여성이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잔혹하게 살해됐습니다. 흉기를 휘두른 사람은 다름아닌 전 남자친구였습니다. 여성의 이별 통보에 스토킹과 폭행도 모자라서 보복살인을 했던 겁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나온 어머니까지 공격했는데, 그 현장엔 숨진 여성의 6살 아이도 있었습니다. 2심 법원은 그제 31살 설모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선고가 내려진 날은 피해여성이 사망한지 꼭 1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인천 스토킹 피해여성 유족
"이 재판이 끝나면서 제가 가장 허무한 것은 제가 열심히 싸웠지만 동생이 살아서 돌아오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발 앞으로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고…"

[앵커]
6살 아이가 보는 앞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7월 17일 새벽 6시, 인천의 한 아파트였습니다. 보험사에 다니던 피해 여성이 출근하는 길에 설 씨는 피해여성을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달려나왔을 땐 피해여성은 이미 쓰러진 상태였고, 할머니를 따라나온 6살 아이도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앵커]
새벽시간에 범행이 이뤄진 걸 보면 피해자 동선을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기자]
계획범행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한때 두 사람은 연인사이였습니다. 2022년 한 동호회에서 우연히 만났고 설씨는 피해여성이 일하는 회사로 이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설씨는 피해자가 원치않는 결혼을 강요했고, 한번의 결혼실패 경험이 있는 피해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교제는 6개월 만에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설씨의 스토킹은 계속됐고, 범행 한달여 전, 참다못한 피해자가 폭행과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자 범행을 계획한 겁니다. 

[앵커]
범행 당일에도 계획하고 현장을 찾아갔다는 거군요? 

[기자]
고소 이후 설씨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습니다. 그 기간이 2023년 6월 10일부터 8월 9일까지 2개월이었는데, 문제는 범행시기가 접근금지 기간 중이었다는 겁니다. 

설모 씨 / 인천 스토킹 살인범(지난해 7월) 
"(접근금지 명령 어기고 왜 찾아가셨습니까?) ……. (계획된 범죄였습니까?) ……. (보복할 목적으로 범행 저질렀습니까?) ……. (숨진 피해자에게 죄송하지 않으세요?) ……. (왜 이렇게까지 하신거예요?) ……." 

설씨는 자신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 직후 흉기를 구입해 차에 싣고 다녔고, 범행 닷새 전부터는 피해자의 동선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범행 당일, 옷에 흉기를 숨긴 채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으로 올라간 뒤에 20분을 기다렸다가 집에서 나오는 피해자를 살해했습니다. 계속된 스토킹 위협에 피해여성은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지만, 지난해 6월 말,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달라"는 안내를 받고 범행 나흘 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한 거예요? 

[기자]
설씨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피해자를 믿고 이직까지 했는데, 정작 자신을 부하직원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서 배신감을 느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피해자 뿐 아니라 피해자 어머니와 아이가 느꼈을 공포심과 참담함은 감히 헤아리기 어렵고, 정서적 트라우마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면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설씨는 피해자 뿐 아니라 그의 가족도 집요하게 괴롭혔습니다. 

[앵커]
피해여성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무언가를 했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피해여성이 만나주지 않으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가 어디있는지를 확인하고는 주변을 배회했는데, 이런 일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2월과 5월에도 피해자가 만나주지 않는다며 폭력을 휘둘렀다가 경찰에 신고됐는데, 그러자 설씨는 두사람이 연인관계였을 때 찍은 사진을 SNS 등에 올리고, 교제사실을 회사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앵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결국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진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피해여성이 돌보던 6살 아이과 노부모는 하루아침에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특히 유족들은 "설씨가 출소한 뒤에 아이를 찾아올까 두렵다"면서 사회와 영원히 격리될 수 있도록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재판에서 그 바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아이 앞에서 저런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최석호 차장,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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