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조론, 진화론은 단순한 믿음의 문제", "학교에서 같이 가르치면 좋겠다"고도 했다.
사실 관계부터 바로잡아야겠다. 물리학에 '상대성 이론'이 있다면, 생물학엔 '진화론'이 있다. 그럴 듯한 가설이 아니라, 충분히 검증되고 증거도 차고 넘치는 과학적 '정설'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98%가 유사하다. 서로가 공통 조상을 두고 있다 700만년쯤 갈라져나왔다는 강력한 생물학적 증거다.
뇌에서 후두까지 연결된 되돌이후두신경의 길이는 뇌와 후두의 거리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길다. 기린은 무려 4미터가 넘는다. 둘 사이를 바로 연결하는 대신 가슴의 동맥을 지나서 돌아가는 구조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조가 물을 벗어나 육지로 나오며 목이 길어지면서 동맥이 차츰 가슴으로 이동했고 배열 자체를 바꿀 수 없으니 신경이 길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식도와 기도가 같은 곳에서 분기되며 음식물을 먹다 쉽게 사레가 들릴 수 있는 구조 역시 진화에서 빚어진 치명적 결함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실수'와 '낭비'인 셈이다. 이 밖에도 과학자들에게 진화의 증거를 대라고 하면 아마 하루도 모자랄 것이다.
안 후보자의 말은 지구는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지구평형설', 온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공개 석상에서 대놓고 말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진화론도 절대적 사실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 맞다. 고전 역학에선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불변의 진리일 것처럼 여겨졌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며 뒤집어졌으니. 하지만 그건 진화론의 한계가 아니라 과학의 본질이다. 반증의 증거가 나온다면 언제든 '정설'의 위치에서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그 전까진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과학적 사고다.
모든 공직자가 과학자일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하지만 모든 공직자는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과학적 사고, 과학적 사실은 최소한의 행동 기준,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의 핵심 수단"이란 주장도 바로 그런 '과학적 사고'가 부족하니 나오는 말 아니겠는가. 안 후보자를 공직자로 임명한다면 과학적 근거도 불분명한 후쿠시마 괴담을 퍼뜨렸던 야당을 비난할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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