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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여야의정 협의체, 야당이 먼저 꺼냈다

등록 2024.09.16 16:40 / 수정 2024.09.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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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추석 연휴 기간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되지 않아 정부 여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발등에 불은 윤석열 대통령보다 여당에 더 떨어져 있는 듯하다. 올해 확정한 의대 증원 숫자에 변동은 없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과 이를 바꾸지 않으면 협의체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료계 입장이 정면충돌하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여당이 마냥 정부 편에 설 수만은 없는 것은, 취임 이후 첫 시험대에 선 한동훈 대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한 대표가 지난 6일 처음 공개 제안한 것으로 언론에 많이 보도됐다. 그러나 사실은 이틀 전인 4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먼저 제안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와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야당 지도부, 그것도 원내대표의 말이 현 국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렇다고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알리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꽉 막힌 정부와 의협 간 갈등 속에서 야당이 손쓸 수 있는 여지가 마뜩찮은 상황 탓도 있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종교계로 시선을 돌린 것은 이런 처지와 맥이 닿아 있다. 야당이 의정갈등 관련 해법을 낸다 하더라도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조계종 예방 자리에서 "분명 모두가 이기는 길이 있는데, 정치로부터 시작되는 갈등과 적대가 너무 심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본인이 나서면 정권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배척 당하기 때문에 의도가 관철되지 않는 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 대표가 정부에 해결책을 선제시하는 게 결과적으로 안 좋게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야당이지만, 의정갈등과 의대 증원, 의료대란 문제에 대해 고심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이 대표는 의대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년간 매년 2000명 증원' 같은 정부 방침은 거칠다고 보고, 점진적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의대 정원 500명 증원을 추진했던 데다, 이 대표 역시 적정 증원 규모를 400~500명으로 꼽은 바 있다.

당내에선 ▲의대 증원 숫자를 300명 정도로 줄이고 의료에 투입되는 AI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안 ▲이미 시작된 수시 모집은 두고 정시 모집 인원을 조정하는 안 ▲상급 병원에 전공의 의무 채용을 강제하는 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공개 표명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일단 이런 사태를 초래한 윤 대통령과 정부의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요구를 건너뛸 수 없다는 판단이 있다. 정부여당도 이런 방안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관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키를 쥐고 있으니 판단을 달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기저에는 의정갈등 장기화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에 원인이 된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다. 야당이 추석 연휴 기간 벌이고 있는 "아프지 말자" 캠페인은 국민 걱정을 넘어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이자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집권을 바라보는 거대 야당이라면 이제는 멈추고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의정갈등을 해소할 시간을 주겠다며 국회의장이 미뤄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시한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동훈 대표가 연휴 내내 못 푼 숙제를 갑자기 '짠'하고 해낼 리도 현재로선 만무하다. 여야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나라 체계가 흔들릴 땐 백지장도 맞들어 보려고 나서는 것이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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