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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따져보니] "존엄사"↔"자살 조장"…'조력사망 캡슐' 논란

등록 2024.09.28 19:17 / 수정 2024.09.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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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스위스에서 조력사망 캡슐이 처음 사용되면서 국내에서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쟁점이 뭔지, 사회정책부 임서인 기자와 따져 보겠습니다. 먼저 조력사망 캡슐, 사르코라고 불리던데 어떤 기계입니까?

[기자]
호주 출신 의사가 제작한 일명 ‘안락사 캡슐’인데요. 캡슐에 누워 뚜껑을 닫고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나오게 되고요. 산소량이 30초 만에 21%에서 0.05%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산소증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피오나 스튜어트 / '더 라스트 리조트' 직원 (지난 7월)
"여기를 열면 잠금이 풀립니다. 캡슐 뚜껑이 매우 가벼워서 노인에게 적합하죠." 

[앵커]
스위스는 조력사망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기계는 불법으로 본다면서요? 왜 그렇습니까?

[기자] 
스위스에서 조력사망을 선택한 사람은 작년에만 1200명이 넘는데요. 단, 의사의 처방에 따라 환자가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만 합법화돼 있습니다. 때문에 제조사 관련자들은 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체포된 겁니다.

엘리자베스 바움 슈나이더 / 스위스 내무장관 (23일)
"법적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해당 질소의 사용은 화학물질법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앵커]
의사의 처방이 없는데다가 사용 약물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났다는 건데, 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생각할 대목이 많은 것 같아요.

[기자]
사르코 첫 번째 사용자는 자가면역 질환을 앓던 60대 미국인 여성입니다. “평화롭고 빠르고 존엄한 죽음”이었다고 관련 단체는 주장합니다. 하지만 자살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거센데요. 비용이 기존 1000만원에 비해 3만원으로 훨씬 저렴한 데다 사용 대상 기준도 불명확한 상황입니다. 누구든 쉽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거죠.

[앵커]
생명을 두고는 쉬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놔둬선 안 될텐데요 그런데, 조력 사망이 안락사와 다른 겁니까?

[기자]
안락사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적극적 안락사의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주입하게 됩니다. 학계에선 의사가 약물만 처방해주는 조력사망도 적극적 안락사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일부 주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이 조력사망을 허용하고 있고요. 국내에선 안락사와 존엄사 정도로만 나뉘어 있습니다.

최다혜 / 한국존엄사협회 회장
"'존엄'이라는 단어는 너무 이제 용어 자체가 포괄적이고 그 다음에 연명치료 중단에 한해서 쓰기도 하고 지금 혼용돼서 쓰고 있어서…."

[앵커]
아무래도 국내에선 이와 관려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념 자체도 모호한데요. 국내에선 안락사가 어디까지 허용되고 있습니까?

[기자]
우리나라는 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만 허용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조력사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지난 7월 조력사망까지 가능하도록 한 법안이 단독 발의된 상황입니다. 여전히 의료계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임종실이나 호스피스 등 완화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게 먼저란 지적입니다. 

최영숙 / 대한웰다잉협회 대표
"통증을 최소화 시켜주고 외롭지 않도록 어떤 제도를 만드는 게 급선무지 이걸 선택해서 죽고 싶을 때 죽도록 하자 이거는 바람직하지 않다…."

[앵커]
존엄한 선택이냐 자살 방조냐 참 어려운 문제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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