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약 80원 뛰면서 다시 1,4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국내 경기 부진 우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도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다음 달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5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종가는 1,388.7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말(1,307.8원)과 비교하면 10월 한 달에만 80.9원(6.2%) 뛰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16일 장중 1,400원을 찍었다가 당국 구두개입이 들어오자 밀려 내려왔다.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은 미 달러화 강세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됐다.
이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기대, 일반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도 달러화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재정 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이민자 유입 축소 등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가 뛰었다.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 환율 비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원화(-5.21%)의 절하 폭이 가장 컸다.
원화가 유독 약세를 나타낸 이유로는 국내 경기 우려가 꼽힌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속보치)은 0.1%로, 한은 전망(0.5%)에 크게 못 미쳤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요인 중 하나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조2천60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화) 약세 속도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면이 있어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기에 '쏠림 현상'이 있다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특정한 환율 목표치)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환율이 어느 속도를 넘어서서 박스권을 벗어나면 조정이 필요한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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