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공동 회복 탄력성'(Co-Resilience)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외부의 도전이 생겼을 때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을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함께'(공동)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맞아 한국은 더 강해진 트럼프에게 어떻게 맞추느냐(responding)가 화두다. 하지만 강대국의 위상을 갖추게 된 한국은 일방적으로 코드를 맞추기보다는 코드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게 국가미래전략원의 제안이다. 그러자면 한국은 물론 미국의 변화가 필수다.
그래서 보고서는 한국보다 미국에 정책 제안을 하는데 무게를 뒀고, 영문으로 작성됐다. 또 오는 25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발표회를 연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도 중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법이다.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관심사다.
제안은 크게 9개 방안이다. 한미 조선 동맹(Shipbuilding Alliance)을 통해 전투함 능력을 강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미국 조선 산업을 다시 활성화하자는 것, ‘대안적 아시아 공급망’(Altasia)을 통해 (중국을 대체할) 배터리 핵심 소재 공급망 구축하자는 것, CHIP-4(미국, 한국, 일본, 대만) 동맹을 완전한 통합 협력체로 격상하자는 것, G7에 한국과 호주를 포함시켜 G9을 추진하자는 것 등이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승인해야 한다고도 주장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한국으로 하여금 핵연료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제3국에 대한 원전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저농축 우라늄 생산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핵무장 잠재력을 키우는 조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다시 한국의 선택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넘어서 국제질서의 현상 유지와 나아가 국제 규범 정립에 기여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국가미래전략원의 제안이다. 이런 국제 규범의 대표 사례가 항행의 자유다. 반도체 등 공급망 재편과 함께 미중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만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보고서는 "대만 해협 현상 유지를 위해 한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에 대만, 북한, 동중국해를 함께 다루는 전담협의체를 설치하고 대만에 대한 한미일 3자 안보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면 과제가 미중 사이의 선택이라면 중국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하다. 보고서는 "중국은 대외적으론 공세적 태도를 보이지만 대내적으론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의 무능력(또는 무성의)으로 말미암아 한국내에서 약해진 입지, 사드 배치를 계기로 벌인 보복으로 인한 한국내 반중 정서 확산도 중국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사나워지는 중국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단 왜 사나워지는지를 먼저 이해하면 해법도 보인다. 국가미래전략원 손인주 교수(미중관계 태스크포스팀장)은 "시진핑은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이 되기보다 브레즈네프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의 고립이 심해질수록 서방과의 갈등에 대한 부담이 줄고 확전을 피할 유인이 떨어지기에 한미는 중국이 대체하기 어려운 상품을 중국과 교류함으로써 중국이 불안정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 그렇게 도출된다.
국가미래전략원 홈페이지에서 보고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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