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를 맞이했지만 초콜릿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선물 가격은 전날(13일) 종가 기준 t당 1만538달러(약 1521만 원)로, 전년 동기(5652달러) 대비 86.4% 급등했다.
원인은 기후 변화다.
초콜릿은 카카오나무 씨앗인 코코아 콩으로 만든다. 카카오나무는 적도 북위 또는 남위 10도 이내의 특정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카카오가 잘 자라는 적정 온도는 섭씨 32도 이하로, 전 세계 카카오 공급량의 70%를 생산하는 서아프리카에서는 주 수확기인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보조 수확기인 5월부터 8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를 수확한다. 개화 후 5~6개월에 걸쳐 익은 카카오 열매를 손으로 직접 수확한 뒤 발표와 건조 과정을 거쳐 초콜릿의 풍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서아프리카의 온도가 카카오가 잘 자라는 적정 온도를 넘어서는 날이 늘고 있다. 비영리 연구 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세계 4대 카카오 생산지인 카메룬과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의 44개 카카오 재배 지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약 3분의 2 지역에서 연간 이상 고온 일이 6주 이상 늘었고, 약 3분의 1 지역에서는 8주 이상 늘었다.
기후 변화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카카오 재배 지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두 지역은 세계 카카오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두 나라 모두 기후 변화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일일 최고 기온이 32도를 넘는 날이 연간 약 40일 늘었다. 카메룬과 나이지리아는 매년 평균 각각 18일, 14일 더 길어졌다. 너무 더운 날이 많아지면 광합성이 원활하지 않아 꽃이 시들거나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카카오나무는 안정적인 기온과 함께 강수량도 매우 중요한 작물이다. 연간 1500~2000㎜의 강수량이 필요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건기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강수 패턴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코트디부아르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40% 많은 비가 내려 농경지가 침수되고 작물이 손상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강수량이 크게 줄어 광합성이 방해받고, 꽃과 카카오 콩이 덜 자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코코아 가격이 오르자 식품업체들은 잇달아 초콜릿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부터 초콜릿 제품 가격을 9.5%가량 추가 인상키로 했다. 대표적인 초코릿 상품인 초코 빼빼로(54g)가 2000원이 될 예정이다.
시중에서는 고가 초콜릿 상품이 사라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주요 편의점들은 1만 원 안팎의 밸런타인데이 상품을 주력으로 선보이며 소비자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CU의 이달 1∼12일 기간의 밸런타인데이 상품 판매는 1만 원 미만(25.8%)과 1만∼2만 원(53.3%) 상품에 집중됐다. GS25의 5000원 이하 초저가 상품 매출 비중은 지난해 27.5%에서 올해는 46.5%로 뛰었다. 반면 3만 원 초과 상품은 0.7%에서 0.1%로 판매 비중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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