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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p 발음 금지' 공문 뿌린 삼성전자…반도체 경영진단 확대 검토

  • 등록: 2025.03.10 13:26

  • 수정: 2025.03.10 18:41

삼성전자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 '발음을 명확히 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대규모 적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1월 'Foundry사업부 명칭 사용 가이드 안내'란 제목의 사내 공지 메일을 임원 및 실무진에 배포했다.

메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의 발음기호는 [faundri]로, 'p'와 'f'발음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며, "사업부 명칭이 통일되지 않아 고객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운드리 사업부의 영어 명칭은 'Foundry business'"라며, "한글로 된 사업부 명칭은 표기하지 말라"는 지침도 제시했다.

사내 보고 및 대내외 문서에 한글 명칭 '파운드리'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에 따라 공지 이후에는 영문 명칭 'foundry'만 사용이 가능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질과 핵심에 집중해야 하는데 발음 지적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례는) 조직이 경직되고 탄력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1월 시스템LSI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한 상태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과거 파운드리 사업팀을 운영했던 만큼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및 성과 부진의 원인이 유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그룹 경영진단실은 지난해 11월 삼성글로벌리서치(SGR·옛 삼성경제연구원) 산하에 신설된 조직이다. 이 부서는 경영·조직·업무 과정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업무를 맡지만 사실상 내부 감사실로 불린다. 경영진단이 시행된다는 것은 해당 사업부의 실적 부진이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17년 독립 출범 이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2019년 1분기 19.1%까지 끌어올렸으나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8.2%에 그쳤다. 독주체제를 굳힌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상당하고 미국의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 등이 경쟁사로 추격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 하락이 단순한 경쟁 심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고객 이탈, 수율 문제, 공정 전환 속도, 경쟁사의 적극적 투자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에서 4조~5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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