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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트라우마' 시달리는 경찰들…"부적응자로 몰릴까 상담도 못 받아"

  • 등록: 2025.03.15 19:22

  • 수정: 2025.03.15 19:27

[앵커]
끔찍한 사고 현장을 가장 먼저 접해야 하는 현장 경찰관들은 말 못할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는데요. 방치하면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도 있지만 제때 치료나 상담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른바 '경찰다움'을 요구하는 암묵적인 분위기 때문이라는데 신유만 기자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관들에게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처참한 살해 현장을 확인한 경찰이 폴리스라인으로 출입을 차단합니다.

한강에서 시신을 찾는 것도 경찰의 일입니다.

A경사는 아직도 강물에 떠오른 시신을 봤던 때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8년차가 돼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일입니다.

경찰관 A씨
"여름 같은 경우는 (시신의) 부패 정도가 조금 심할 수도 있고요. 출혈 부분이라든지 자상이 크면 저희한테는 충격이…."

늘 타인의 죽음과 마주하는 경찰관들. 직업상 각오한 일이지만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체적 부상과 달리 정신적 상처는 드러내놓고 치료받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조직 내에서 '경찰답지 못하다', '나약하다'는 시선이 생길 걸 우려하는 분위기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경찰관 B씨
"하나하나 예민하게 반응하면 우리 하는 일에 좀 적응을 못 하는 사람 아닌가 그런 시선도 받을 수 있고…."

일부 경찰관들은 참다 못해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를 찾아갑니다.

상담센터 이용자 수는 5년 만에 17,000여명으로 거의 3배가 됐습니다.

이처럼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상담사 수도 부족합니다.

전국에 18곳 밖에 없어 찾아가기도 힘듭니다.

송지연 / 국립경찰병원 상담사
"도 단위나 이렇게 센터가 하나 있는 경우에는 100km 이상을 가셔야 된다든지 그런 접근성의 한계도…."

강렬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제때 치료하는 게 중요합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공포를 겪는 '트라우마'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종익 /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직업적 기능에 영향을 주고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주고 인격이나 이런 부분들이 점점 황폐화되는 단계까지 진행될 수가 있죠."

취재 과정에서 만난 경찰관들은 "정신적으로 힘든 구성원들이 많다"며 "경찰도 사람"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들의 정신건강을 잘 챙겨주는 게 결국엔 더 좋은 치안서비스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뉴스7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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