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체

김일성, 사망 전 덩샤오핑에 "아들 잘 부탁"…美·러 '김정일 혹평'에도, 中 지지 속 세습

  • 등록: 2025.03.28 15:50

  • 수정: 2025.03.28 16:08


김일성이 사망하기 직전 등소평 중국 공산당 주석을 만나 "김정일을 후계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30년 전 외교문서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김일성이 사망하기 1년 전인 1993년에는 김일성의 심장병을 고치려 중국 의료진들이 방북했고, 김일성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남북 정상회담 등을 적극 추진했다는 중국 측의 분석도 공개됐다.

외교부가 28일 북한 김일성 사망 전후 막전막후가 포함된 1994년 외교문서 38만 여 쪽을 공개했다. 외교부는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위원회 심의를 거쳐 매년 대중에 공개하고 있다.
 

각국 대사, 일제히 <제목 : 김일성 사망> 전문 외교장관에게 발송


1994년 7월 8일 새벽 2시 김일성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우리나라 미중일러 등 각국 대사는 일제히 <김일성 사망>이라는 제목의 전문을 외교부장관에게 보낸 뒤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당시 한승수 주미대사가 본부에 보낸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국무부 상황실 내에 한국 특별반(KOREA TASK FORCE)을 운영했고, 북한 내 정변 등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한 대사는 전문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이탈리아 G7 기자회견에서 '북한 측이 남북 정상회담의 계속적인 추진 의사를 한국 측에 전달해온 것으로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적었고, 해당 내용이 금시초문이었던 당시 한승주 장관은 전문에 '물음표'를 그려놓기도 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은 언론의 추측 기사에서 기인한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한 장관은 장례위원장인 김정일의 승계 조짐이 있다는 전문 내용에 대해서도 "'조짐' 여부를 긴급 타전하라"고 지시했다.


 

한승주 당시 외교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북한측이 남북 정상회담의 계속 추진의사를 한국 측에 전달했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 물음표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 자료 = 외교부 외교문서
한승주 당시 외교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북한측이 남북 정상회담의 계속 추진의사를 한국 측에 전달했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 물음표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 자료 = 외교부 외교문서

 

中 "김일성 심장병 고치려 中 의료진 수 차례 방북…죽음 알고 적극적 남북회담 추진"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각국 공관들의 외교전문들에 따르면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북한 내 상황이 안정돼있고, 김정일 승계에 대해서 타국 내정불간섭 원칙을 견지한다"고 입장을 정했다. 김정일의 권력 승계 소식도 '주중 대사관'에서 가장 빨리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황병태 주중대사가 한승주 장관에게 보낸 전문은 이렇게 적혀있다.

"당관 김하중 공사가 (비문 처리) 청취한 바에 의하면, 북한의 김영남 외교부장은 김일성의 사망 사실을 사전에 통보했고, 김영남은 그 자리에서 김정일이 지금까지 취해온 모든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며, 앞으로도 중국과의 우호전선 관계가 유지되기를 희망하였다"

김일성 사망 이틀 뒤인 1994년 7월 10일, 김하중 당시 주중대사관 공사는 중국 외교부 북한담당 인사와 비공개로 접촉한 뒤 장문의 전문도 전송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전문 의료진이 1993년 김일성의 심장병 치료를 위해 2~3차례 방북한 사실도 확인된다.

중국 측은 김하중 공사에게 "김일성이 최근 핵 문제로 지나치게 몸을 혹사한 것으로 보이며 최근의 핵 문제 관련 남북 정상회담 등 일련의 일을 앞두고 상당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심장에 무리를 하게 돼 사망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김일성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카터 전 대통령과 회담, 적극적인 남북 정상회담 추진, 김평일 본국 송환 등을 진행했다고 중국 측은 분석했다.
 

김일성, 中 등소평에 "아들(김정일) 부탁한다"…美 "김정일은 좀 멍청"


또 김하중 공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중국 측 인사는 "김일성이 과거 중국을 방문했을 때 등소평에게 '아들(김정일) 문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중국 측 인사는 김 공사에게 "김일성이 김정일 문제를 '탁고'(託孤·후사를 부탁함)해두었기 때문에 등소평이 생존해있는 한 중국 정부는 등소평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중국 측 지지 속에 김정일은 권력을 승계했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김정일과 그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 비판적 전망을 내놨다.

미 부통령을 지냈던 월터 먼데일 주일미국대사는 김정일에 대해 "약간 멍청(goofy)하고 어린애 같아(childish) 지도자로는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스탠리 로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은 반기문 주미대사관 공사와 면담에서 "김정일이 승계에 성공하더라도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정통성이 결여돼있다"며 "경제난 계속으로 일정 기간 이후 많은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