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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의 앵커칼럼] 전직의 길

  • 등록: 2025.04.21 21:51

  • 수정: 2025.04.21 21:55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정직했지만, 미숙했습니다. 대통령으로서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퇴임 후가 더 빛났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집을 짓고, 수십 권의 책을 쓰고,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한 공로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랜 정적인 레이건 대통령조차 존경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카터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도 감사드립니다."

퇴임 대통령이 권력을 가졌을 때보다 더 빛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맡았던 변호사 일부를 만났습니다. '윤 어게인(Yoon Again) 신당'을 창당하겠다던 김계리 변호사가 사진을 올렸는데, 환한 얼굴이 눈에 띕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변호사에게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인해져라)' 이라는 메시지를 올려달라고 했답니다. 4년 전 검찰총장 때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올렸던 문구입니다.

대통령 당선 뒤에도 계속있었는데, 지금은 이게 무슨 뜻인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합니다.

민주당 쪽이 윤 전 대통령 지지 측 움직임을 "낭보 중의 낭보"로 반기는 걸 보면, 보수 쪽에 좋은 신호는 아니겠지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탄핵의 늪에서 허덕이는 상황을 더 나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국민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서 계엄을 저지했습니다."
"저는 한동훈 후보가 내란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정말, 결국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에 대한 '책임'이나 국가의 '미래'부터 앞세우는 게 어떨는지요.

카터 대통령이 존경받는 대통령이 된 건 '권력자'가 아닌 한 '시민'의 길을 택해서입니다.

"며칠 후면, 저는 이 직무에서의 공식적인 책임을 내려놓고 우리 민주주의에서 대통령보다 더 숭고한 칭호, 즉 '시민(Citizen)'이라는 이름을 다시 갖게 될 것입니다."

윤 전 대통령도 관저를 떠나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순수한 '한 국민'에 방점을 찍는 게 정도로 보입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말을 경구삼아, 국가지도자였거나 지도자가 되려는 분들이 그 길을 따라갔으면 합니다.

4월 21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전직의 길'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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