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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개시…노-사 치열한 공방 예상

  • 등록: 2025.04.22 16:25

  • 수정: 2025.04.22 17:21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22일 시작됐다.

국내외 경제난으로 기업과 근로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수준과 업종별 구분 등을 둘러싸고 노사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했다.

이인재 최임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는 경제성장률 둔화에 더해 관세 갈등까지 겹치며 저임금 근로자, 소상공인, 영세기엄의 어려움이 함께 커지고 있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우리 위원회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합리적이고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근로자위원 간사(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2.5%, 1.7%로, 최저임금 저율 인상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 취약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누적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도의 순기능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에 기반한 내수경제의 활성화다. 올해 최임위는 이러한 최저임금의 순기능이 전 국민 모두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업종별 차별 적용, 수습노동자 감액 적용, 장애인 노동자 적용제외 등 최저임금을 차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부터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며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플랫폼,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보편적인 수준의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새 정부, 새 시대를 맞이하는 최임위 심의기간에는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일은 단연코 없어야 할 것"이라며 "치솟는 물가상승에 노동기본급도 보장 받지 못하면서 투잡, 쓰리잡으로 내모리는 모든 일하는 노동자와 특히 플랫폼노동자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부터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604조원을 넘어섰고,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 자영업자수도 14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며 "최근 몇 년간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매우 극심하게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전무는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어선 것을 언급하며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의 실질적 최저임금은 1만2000원을 넘어섰다"며 "최저임금 논의는 한계에 다다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여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업종별 구분적용도 보다 진전된 결과를 반드시 도출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은 2024년 중위임금 대비 60.9%로, 적정 수준이라고 하는 60%를 초과한 상태"라며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중소기업 영세 사업주의 지불능력은 크게 약화된 상태다. 올해 최저임금은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2026년 최저임금을 준비하는 2025년 상황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매우 불확실하다"며 "힘든 조건이기에 주어진 기간 내에 심의를 완료하기 위한 최임위 모두의 노력과 통합적 해법을 위한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익위원 모두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법이 정한 결정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한 내 심의가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심의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의 인상률이 얼마로 결정될지가 주목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급 기준으로 사상 처음 1만 원을 넘었지만 인상률은 1.7%(170원)로 2021년(1.5%)을 제외하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시급 기준)과 전년 대비 인상률을 살펴보면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2024년 9860원(2.5%), 2025년 1만 30원(1.7%)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관련해 노동계는 최근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큰 폭의 인상을, 경영계는 소규모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결을 최초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는 지난해 최저임금으로 1만 2600원을 요구한 만큼 올해는 이보다 더 높은 시급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심의 개시 전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적용 대상을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정리한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주 60.4%는 2026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인상액의 적절한 수준으로 '동결'을 꼽았다.

근로자의 경우 2026년 적용될 최저임금 인상액의 적절한 수준으로 가장 많은 26.2%가 3∼6% 미만, 25.9%는 3% 미만을 선택했다.

또 올해 심의에서는 법에는 규정돼 있지만 1988년 이후 적용한 사례가 없는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6월 말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법정 심의 시한이 지켜진 것은 9차례에 불과하고, 대체로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심의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엔 7월 12일에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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