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가톨릭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학대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은퇴한 미국 추기경이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의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아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시간 24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교구장을 지내며 아동 성학대에 부실 대처한 의혹을 받아온 로저 마호니(89) 추기경이 교황의 관 봉인과 유해 안치 의식을 주관할 추기경 9명 중 한 명으로 결정되자 아동 성학대 피해자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제에 의한 성 학대 사건 피해자 지원 단체 '비숍어카운터빌리티'의 앤 배럿-도일은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공개 의식에 참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이를 허용한 추기경단 역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성학대 피해자 모임 '사제 학대 생존자 네트워크'의 데이비드 클로헤시 전 대표도 "(성 학대 부실 대처에) 공모한 주교들에게 '동료들에 의해 여전히 보호받고 존경받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LA 대교구는 그의 재임 당시인 2007년, 사제 성 학대 피해자 500여 명과 6억 6000만 달러(약 9500억원)의 배상금 지급에 합의한 바 있다.
이후 비난이 거세지자 LA 대교구는 2013년 마호니 추기경의 공무를 전면 박탈 했다.
마호니 추기경은 자신이 사제들의 성 학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이들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 지 제대로 몰랐던 시점이라며 범법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일은 마호니 추기경이 장례 미사에 참석한 추기경들 가운데 최연장자인 점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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