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겨울론'을 제기했다가 뒤집었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다시 한번 미국의 고율 관세 리스크를 '빙산'에 비유하며 반도체 업황 실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내세워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내놓은 '메모리-빙산이 다가온다(Memory-The Iceberg Looms)'라는 보고서에서 "메모리에 대한 관세의 실질적인 영향은 '빙산'과 같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유예로 인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수요 이연 효과에 따른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보고 하반기에는 수요 절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더 큰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닝 시즌은 중요하지 않다"며 "수면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여전히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모건스탠리의 비관론에 투심도 얼어붙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0% 하락한 18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약보합으로 시작한 주가는 장중 17만9700원(2.54%)까지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앞서 지난해 9월 15일 '메모리-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Memory-Winter Always Laughs Last)'와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를 연달아 내놓으며 메모리 반도체가 하강 국면에 진입해 D램 업황이 꺾일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었다. 보고서가 시장에 알려지고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루에만 6%대 급락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1개월여 후에 내놓은 ‘3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뒷받침하는 가이던스(3Q24 : Result In Line, Guidance Supports Consensus)보고서에서 "우리의 단기 전망이 틀렸다"며, 목표 주가를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1만원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3분기(7~9월)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SK하이닉스의 '깜짝 발표'가 나온 직후 자신들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황에 대한 견해가 자주 급변하게 되면 보고서나 애널리스트의 신뢰성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며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 번처럼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시장의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모건스탠리의 오락가락 분석은 처음은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1년 8월 '반도체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는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며 업황 하락을 예상했다가, 3개월 뒤 내놓은 삼성전자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이 약세긴 하지만 4분기 가격은 예상보다는 '덜 나쁜(less bad)편'"이라고 했다.
단기간에 극단을 오가는 보고서가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상인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존해있는 건 맞지만 현재 반도체 주가는 극단적 공포가 투영돼 과도하게 빠진 상태"라며 "미중 간 관세 협상 과정과 미국 중앙은행 제롬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태도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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