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판매를 위탁받고 그 판매 대금을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쓴 혐의를 받는 갤러리 관장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강남의 한 미술품 갤러리를 운영하는 관장 A 씨는 피해자 B 씨가 판매를 위탁한 미술품을 손님들에게 판매해 왔다.
지난해 7월 말부터는 B 씨가 판매를 위탁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을 보관했다.
호박에 물방울무늬를 그려 넣은 모양의 해당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으로 조각·판화 등 형태로 세계 곳곳에 설치돼있다. 다수 경매에도 출품돼 수십억 원의 호가를 끌어내며 낙찰되기도 했다. 그중 B 씨가 A 씨에게 맡긴 호박 작품은 시가 6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여 간 해당 미술품을 보관하던 A 씨는 지난해 9월경 이를 3000만 원에 팔아 그 대금을 개인 채무 변제금 등으로 썼다.
위탁 판매 때 위탁품의 소유권은 위임자가 갖는다. 그 판매 대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자에게 귀속되므로 이를 사용하면 횡령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내용, 피해 금액 등에 비춰 A 씨의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A 씨가 피해자에게 미술품을 반환했고 피해자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와 검찰이 모두 승복하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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