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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됐던 사도궁, 다시 교황 거처로…"전통과 격식에 무게"

  • 등록: 2025.05.12 오후 16:31

  • 수정: 2025.05.12 오후 16:41

지난 8일(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의 행보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그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방향을 계승하되 보다 전통과 격식에도 무게를 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안사통신, 라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전통적으로 활용되어온 사도궁 내 교황 아파트를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03년 비오 10세 때부터 역대 교황들이 머물러온 이곳은 거실과 침실, 병실, 예배당, 서재, 비서실, 접견실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도궁이 지나치게 화려하다면서 대신 일종의 바티칸 게스트 하우스인 산타 마르타의 집을 거처로 선택해 지내온 바 있다.

신임 교황의 방향성은 공식석상에 나선 차림새에서도 관측된다. 교황청 공식 매체 '바티칸 미디어'가 새 교황 선출 이틀 뒤인 10일(현지시간) 공개한 공식 초상사진을 보면 레오 14세는 신임 교황들의 전통적인 복장대로 어깨까지 내려오는 짧은 망토인 진홍색 모체타와 화려한 자수가 들어간 영대를 걸쳤다. 소박함을 중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선출 직후 모체타 대신 흰색 수단을 거치고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등장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듯 보다 전통과 격식에 발맞추는 모습이 드러나지만,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신학적, 교리적 시각을 공유하는 만큼 교회의 사회 참여를 중시하는 기조는 이어지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된 이후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재직해온 레오 14세는 빈자들와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비롯해 사회 정의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각을 공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명으로 선택한 레오 역시 사회참여적 방향을 암시한다. 같은 교황명을 선택했던 제256대 교황 레오 13세는 1878년 즉위해 1903년 퇴위했다. 20세기를 맞이한 교황인 레오 13세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는 1891년에 발표한 회칙 '새로운 사태'를 통해 노동권과 사회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제시한 점이 꼽힌다.

영국 가디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빈자들을 위한 교황이었다면, 레오 14세는 노동자들을 위한 교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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