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뒤 처음 법원에 공개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출석에 이어 귀갓길에도 취재진 질문에 침묵을 유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늘(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3차 공판을 마치고 오후 6시 53분쯤 중앙지법 2층 서관 입구를 빠져나갔다.

윤 전 대통령은 '증인이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는데 지시한 게 맞는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는지' 묻는 취재진 질의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가 임박한 점을 두고 여전히 정치 공세라 보는지 묻는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다.

말 없이 차에 탄 윤 전 대통령 대신,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취재진에 "대통령의 헌법상 정당한 권한인 계엄을 정상적으로 행사한 게 헌법재판소로 이어지고 내란 혐의로 의율됐다"며 "그 상황이 조기 대선으로 이어졌고, 대선 쟁점이 되는 상황 속에서 자꾸 이야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추가기소한 것을 두고는 "정치적 이유가 있거나, 내란죄 성립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고육지책으로 추가 기소한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5분쯤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했을 때도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본 채 법정으로 곧장 향했다.

앞선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짙은 남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윤 전 대통령은 '군부정권 이후 계엄 선포한 헌정사상 첫 대통령인데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자라 생각하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대선과 관련해 국민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대답 없이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 일반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두 차례 공판 때는 대통령경호처 요청에 따른 법원 허가에 따라 지하 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에서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다만, 휴정시간에 변호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증인으로 출석한 오상배 전 수방사령관 부관(대위)의 증언에 불만을 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 대위 반대신문이 끝난 후 재판부는 오후 4시 15분부터 15분간 휴정했는데, 이 사이 윤 전 대통령은 언짢은 표정으로 변호인들과 "시간이 안맞다", "질서 유지 명목으로 군 투입…" 등을 말했다. 또 윤 변호사에게 "말이 안되잖아, 말이"라고 말하고 변호인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 대위는 이날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사이 통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