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체

백악관 왔다 수모 겪은 남아공 대통령 "드릴 항공기 없어 죄송"… 트럼프 "줬다면 받았을 것"

  • 등록: 2025.05.22 오후 19:28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의 정상회담에서 거론한 '백인 농부 집단학살(genocide·제노사이드)' 의혹을 부인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등 방미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남아공에서 집단학살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극좌 정치인의 연설 등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하며 남아공에서 백인 농부들이 집단으로 살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에 남아공 내 범죄 희생자 중 다수는 흑인들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1차 반박했는데, 기자회견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거나 "잘못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인 학살'의 증거로 제시한 영상과 관련해 잘못된 설명을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속의 한 장소를 지목하며 '백인 농부 1천명이 매장된 곳'이라고 했는데, 분석 결과 해당 장소는 2020년 9월 남아공 뉴캐슬 인근에서 열린 백인 농부 부부 피살 추모 행진 장면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을 보며 "이곳이 바로 묘지"라고 지목했지만, 영상 속 십자가는 농부들의 묘지가 아니며 도로 옆에 계속 설치돼 있던 것도 아니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날 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 주장을 펴며 강도 높게 압박하자 라마포사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죄송하다. 저는 드릴 항공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타르 왕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화 항공기를 선물한 일에 빗대 '뼈 있는 농담'을 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고 나는 받았을 것"이라며 "남아공이 미 공군에 항공기를 주면 나는 받을 것"이라고 정색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