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중흥건설이 총수 2세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장기간 무상으로 신용을 보강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으로 판단하고 첫 제재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중흥건설이 총수 2세 소유의 계열사들을 위해 약 10년간 3조 2000억 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한 행위를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으로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8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중흥건설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흥건설은 동일인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집단 중흥건설의 핵심 계열사로, 신용등급을 가진 유일한 회사였다. 반면, 총수 2세 정원주 부회장이 2007년 12억 원에 인수한 중흥토건은 소규모 건설사로 시작해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당시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출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24건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유동화 대출에 대해 연대보증과 자금보충약정 등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해당 사업들은 모두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했음에도 중흥건설은 시공지분이나 대가 없이 신용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최소 181억 원의 신용보강 대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추산했다.

무상 신용보강 덕분에 중흥토건과 계열사들은 총 2조 9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광교 C2 등 대형 사업을 성공시키며 급성장했다. 중흥토건은 2014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82위에서 올해 16위로 뛰어올랐고, 2021년에는 대우건설까지 인수해 그룹 내 핵심회사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기업집단 전체의 지배구조도 정원주 부회장 중심으로 재편됐다.

공정위는 중흥건설의 신용보강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아닌 총수 2세를 위한 경영권 승계 수단이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규모 부동산 PF에서 자주 활용되는 자금보충약정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제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앞으로도 부동산 개발업계의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 행위를 지속 감시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흥건설 측은 "공정위에 당사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였으나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라며 공정위의 의결서 접수 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