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중인 이란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의 직접 개입을 두고 트럼프 지지층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골칫거리이던 이란의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시각과 함께, 자칫 중동 지역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전쟁에 휘말리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이끌려 또 하나의 중동 전쟁에 말려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넌 역시 이란 공격 가능성을 두고 "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고, 미국 국민의 지지도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핵심 인물들이 연이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MAGA 진영의 스타 중 하나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또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려 미국이 참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테일러 그린 의원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미국이 전면 개입하기를 바라는 이들은 MAGA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해외에서 벌어지는 전쟁 모두에 완전히 질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MAGA는 모두를 위한 세계 평화를 원하며, 우리 군인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다치거나 죽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숨어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곳은 안전하다. 그는 쉬운 목표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협박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 문제에 개입해 정권 교체를 이뤄낸다 해도 이후 중동에서 겪었던 '트라우마'가 다시금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이유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교체했지만, 이후 지역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실패하며 다양한 군사단체와 테러집단이 난립하게끔 만들었던 지난한 과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를 제거한 이후의 권력 공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자칫 더욱 강경한 반미 성향의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두고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참전할 수 있다는 명백한 암시"라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 통치와 중동지역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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