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현직 고검장 "수사·기소 분리 개념 모호…형사 시스템 무너질 수도"

  • 등록: 2025.06.23 오전 10:29

  • 수정: 2025.06.23 오전 10:47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치행정분과 검찰청 업무보고에 참석해 대검찰청 관계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치행정분과 검찰청 업무보고에 참석해 대검찰청 관계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고등검사장이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에서 추진 중인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개념도 모호하고 형사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비판글을 올렸다.

권순정 수원고등검찰청장은 23일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의 미래를 그려봅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정기획위 재보고를 앞둔 시점에 20년 이상 형사사법에 종사하고 있는 공직자의 도리로서 글을 남겨 본다"라고 밝혔다.

권 고검장은 "수사·기소 분리 주장은 개념이 모호하고 연원이 불분명해 참고할 만한 해외 자료도 찾기 어렵다"라며 "핵심 인프라인 형사사법 시스템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를 들이는 일이 벌어 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고검장은 먼저 "검찰의 광범위한 직접 수사는 절제토록 하지만 법률전문성이 필요한 조세, 증권, 공정거래, 무고, 위증 등 사건은 수사·기소 분리의 실익이 크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또 "만약 수사·기소 분리가 검사의 수사를 일체 금지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실을 따라가는 사법작용 중 하나인 '소추' 기능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라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권 고검장은 "현장 상황을 조금만 살펴보면 매년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1만여 건의 실체가 새로 드러나거나 결론이 바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피의자에게 불기소를 약속하며 거액의 돈을 받고 잔인한 범죄로 재판을 받는 조폭이 동료 조직원에게 '검찰 조서는 이제 휴지 조각에 불가하다'라며 버젓이 위증을 회유하는 나라가 되었다"라며 "현장을 철저히 무시한 '검수완박'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위는 지난 20일 업무보고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 알맹이가 빠졌다'라며 검찰청 간부들에게 중도 귀가를 명령했다.

그러면서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공직 사회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