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산 정상과 서울 관악산 일대에 러브버그가 다량 출몰하면서 등산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30일 SNS에는 산을 점령한 듯한 모습의 러브버그 사진과 영상이 다수 게시됐다. 등산로 바닥과 계단은 새까맣게 쌓인 벌레 사체로 검은색 아스팔트처럼 보인다.
등산객들은 "재앙 수준으로 산이 점령당했다"며 "산에 오르다 기절할 뻔"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브버그는 2022년 서울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인천뿐 아니라 충청권으로도 출몰이 확대되고 있다.
여름 불청객이 된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암수가 한 쌍으로 붙어 다니며 번식하는 습성 탓에 '러브버그'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 쌍은 300~500개의 알을 낳는데 평균 10마리가 성충이 된다. 고온 다습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후 온난화로 습해진 날씨가 러브버그 서식엔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
국내에는 없던 침입 해충인 탓에 천적이나 병원균이 마땅히 없고 열섬현상까지 겹치며 도심에서 발견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2023년 5600건, 지난해엔 9296건으로 늘었다.
러브버그는 수명이 1주일쯤으로 햇빛에 노출되면 활동력이 떨어져 서서히 자연소멸 된다. 7월 중순이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러브버그로 인한 불편은 앞으로 2주가량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러브버그가 밝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흰옷은 피하고, 불빛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는 만큼 방충망의 빈 공간을 보수하며 끈끈이 트랩을 설치할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살충제 사용보다는 물을 끼얹는 방법이 좋다고 말한다. 러브버그는 날개가 약하고 물에 취약하기 때문에 물을 뿌리고 휴지와 빗자루 등으로 제거하는 게 효과적이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TV조선과 통화에서 "유전체를 연구했을 때 러브버그는 살충제 저항성이 있는 걸로 보인다"면서 "살충제의 잔류 독성으로 러브버그를 잡아먹을 수 있는 곤충들까지 죽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브버그가 도심으로 날아오기 전에 빛과 향을 이용해 포획하는 친환경 방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신 교수는 "북한산 일대에 트랩 21개를 설치한 상태"라며 "러브버그의 습성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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