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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전 남편 동의 없는 임신…법적 문제 없나

  • 등록: 2025.07.09 오후 21:39

  • 수정: 2025.07.09 오후 21:44

[앵커]
배우 이시영 씨가 이혼 전 냉동 보관해 오던 배아로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 씨는 전남편이 임신을 반대했다고도 밝혔는데,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우선 어떤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일단 이시영 씨는 지난 3월 전남편과 이혼했다고 밝힌 상탭니다. 그리고 어제, SNS로 이혼 전 시험관 시술을 위해 만들어 뒀던 배아로 임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냉동 보관해 둔 배아의 폐기 시한인 5년이 도래했고 둘째 아이를 갖고 싶었기 때문에 도저히 폐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전남편이 이 임신을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내린 결정의 무게를 지겠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전남편은 오늘 태어날 아이를 책임지겠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앵커]
부모 한 쪽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배아를 이식할 수 있습니까?

[기자]
생명윤리법 24조에 따르면 배아를 만들기 위해 난자와 정자를 채취할 때 부모 모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수정된 배아를 이식할 때는 따로 아버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시영 씨는 생명윤리법상 저촉되는 부분은 없는 겁니다.

남성태 / 변호사
"사실상 법률이 좀 미비해요. 그 부분을 규정하는 게 없어요. 이시영 씨가 하는 거는 불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앵커]
어쨌든 전남편이 동의하지 않은 건데, 전남편에게도 양육의 의무가 생기나요?

[기자]
아이의 생부가 임신 사실을 '인지'하면 법적 부자관계가 성립됩니다. 이시영 씨 전남편처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머니가 법원에 인지청구소송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DNA검사 같은 방식이 쓰이기도 합니다. 부자관계가 성립되면 양육비 지급의 의무가 생기고요, 태어날 아이는 재산 상속권이 생기기 때문에 생부는 향후에 그 의무도 져야 합니다. 반대로 친권과 양육권, 면접 교섭권 등의 권리도 생깁니다.

[앵커]
전남편 입장에서는 전부인 혼자만의 생각으로 아이를 갖게 된 건데 의무가 생긴 거네요? 의문을 갖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기자]
그 부분 때문에 아까 말씀드린 생명윤리법의 맹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정자 채취를 할 때 뿐만이 아니라, 현재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배아를 이식할 때도 법적 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양소영 / 변호사
"혼인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 이식에 동의한다까지는 볼 수 없지 않을까. 본인의 의사에 기하지 않는 책임을 묻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앵커]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1992년 미국 테네시 주 법원은 전부인이 자신과 만든 냉동 배아로 임신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전남편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사전 합의가 없었을 경우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2017년 애리조나주 법원도 전남편이 원치 않는 배아 이식은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배아를 '잠재적으로 사람이 될 존재'로 보고 제3자에게 기증하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앵커]
수정된 배아를 폐기하는 것도, 동의 없이 아버지가 된 사람에게 책임지라는 것도 모두 무겁고 복잡한 문제인데, 제도를 섬세하게 손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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