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역내 유일하게 참여하는 다자안보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올해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북한의 불참은 2000년 ARF 가입 이후 처음이다. 대신 북한은 11~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상을 평양으로 초청한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는 9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렸다. 북한은 그동안 최선희 외무상이 참석하지 않는 경우에도 ARF 주재국 대사나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수석대표로 보내왔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보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참 이유는 말레이시아와의 '단교' 탓으로 풀이된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 여파로 관계가 악화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의 미국 신병 인도로 2021년 결국 외교 관계가 단절된 바 있다.
북한은 다자회의 참석 대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의 초청에 따라 로씨야련방 외무상 쎄르게이 라브로브동지가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우리 나라를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북한을 찾는 것은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행한 이후 1년여 만이다.
한국 측 수석대표는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으로, 이날부터 이틀간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한-메콩, ARF 외교장관회의에 잇따라 참석한다.
외교장관 회의에 차관이 장관 대신 참석하는 것은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의에 참석하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의 공식 회담은 급이 맞지않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방한이 무산됐던 루비오 장관이나 ARF 등 회의장에서 좌석이 나란히 배치될 라브로프 장관과 대화 등 비공식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