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50% 고율 관세 예고에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의 패권적 태도에 정면으로 맞섰다.
룰라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처음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글이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며 “이런 방식의 관세 발표는 매우 불쾌하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는 세계의 황제가 되기 위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공개서한을 통해 오는 8월 1일부터 브라질산 수입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지난 7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도 “거대 국가의 대통령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세계를 위협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룰라는 또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브라질 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을 ‘마녀사냥’이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의 위협은 외교 프로토콜을 벗어난 것”이라며 “보우소나루는 사법적 절차에 따라 개인 자격으로 재판을 받는 것이며, 브라질 사법부는 독립적이기에 대통령인 나조차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위기’로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브라질은 강요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지금과 같은 양국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필요한 모든 것을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고이아니아주 대학생들과의 행사 연설에서도 트럼프를 겨냥해 “’그링고’는 브라질 대통령에게 명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링고(Gringo)’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영어권 외국인을 지칭하는 말로, 특히 미국인을 깔보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내가 평생 협상해온 의제의 10%도 다뤄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가장 문명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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