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허위공시로 시세차익을 챙기거나 상장사를 사유화하고 기업 인수를 가장한 '먹튀' 수법으로 소액주주에 피해를 끼친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27개 기업·관련인을 상대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29일 정상적인 투자 선순환을 방해하고 세금까지 회피하는 불공정 행위자들을 엄단하겠다며 주가조작 허위공시(9건), 기업사냥 및 자금횡령(8건), 상장사 지배주주의 사익편취(10건)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첫 세무조사다.
이번 세무조사의 배경에 대해 국세청은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돼야 기업이 성장하고 국민의 부가 증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는데 최근 허위공시·사익편취 등의 불공정 거래로 투자심리가 붕괴했다며 이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심화된 점을 꼽았다. 최근 2년간(2023~2024년)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약 5조 원 순매도했다. 앞선 2021~2022년 동안 102조 원 순매수 행진과 비교하면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첫 번째 조사 유형은 이른바 '시세조종 세력'이다. 이들은 신사업 진출, 대규모 계약 체결 등 호재성 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운 뒤 차명법인을 통해 주식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챙겼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허위공시 이후 평균 64일 만에 400%가량 급등했고 이후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대부분의 경우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 실제 A사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허위 발표해 주가를 3.5배 올리고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매도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 그러나 양도차익은 신고하지 않았다. B사는 '에너지 신사업 진출'을 공시해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실제 사업은 없었다. 대표는 투자금 수십억 원을 고급 전세자금, 골프회원권 구입 등에 유용하며 사치생활 해왔다. 해당 시세조종 세력은 '투자조합'을 통해 친인척 명의로 주식을 분산 보유했고 과세 기준(시가총액 10억 원 이상)을 피하면서 탈세를 시도했다.
두 번째는 건실한 회사를 인수한 뒤 자산을 빼돌리고 기업을 파산 상태로 몰아간 '기업사냥꾼'들이다. 이들은 사채를 동원해 상장사를 인수한 후 법인 자금을 횡령하고 호화생활을 즐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사냥꾼에 의해 인수된 기업 대부분은 주식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되었고 거래가 재개된 경우에도 주가가 인수 전보다 평균 86% 하락했다. 실제 A 씨는 배우자를 대표로 세운 인수기업에서 수백억 원의 대출을 받아 그 자금을 배우자에게 다시 빌려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출해 고급 외제차 구입, 유흥비 지출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B 씨는 C 씨가 소유한 빌딩에 인수회사가 입주한 것처럼 꾸며 임차료 수억 원을 지급하게 했고 가족·지인을 허위로 직원 등재해 급여를 챙겼다. 법인 카드로 골프장, 유흥주점 이용과 수억 원대 변호사 비용까지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
세 번째 유형은 지배주주들이 상장기업을 사유화해 자녀 등 일가에게 이익을 편법 이전한 사례다. 이들은 회사의 내부 정보를 활용해 자녀 법인이 주식을 매수하도록 유도하고 시세차익을 얻게 하거나 부당한 자산 이전을 시도했다. 한 상장사의 창업주는 실적발표 전 전환사채를 자녀 법인이 투자한 사모펀드에 양도한 뒤 주가가 60% 이상 오르자 전환 후 매도해 수익 일부를 자녀 법인에 분배했으나 세금은 신고하지 않았다. 다른 사례에서는 자녀 회사의 가치를 약 2배 부풀려 본인의 회사와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이전했고 이 과정에서 자산 가치는 왜곡돼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는 희석됐다. 급여도 문제였다. 사주는 영업이익의 21%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신과 자녀에게 급여로 지급하면서도 주주에게는 배당금 '0원' 처리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 자녀들은 증여받은 자산의 92%를 축소 신고해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세청은 디지털 포렌식, 외환자료,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통해 자금의 원천부터 유출 흐름까지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재산을 고의로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세금 부과 전이라도 압류 조치를 할 방침이다. 또한 조세포탈,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조세범칙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고 처벌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주식시장의 불공정행위가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주식시장을 교란시켜 부당한 이익을 얻고도 정당한 몫의 세금은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 불공정행위 탈세자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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