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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성공회 사제 딸, 합법 체류 중 美이민당국에 구금 파장

  • 등록: 2025.08.04 오전 06:54

미국에서 합법 체류 중인 20세 한국인 대학생 고연수 씨가 비자 문제로 법원에 출석했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돼 억류됐다.

고 씨는 성공회 사제 김기리 신부의 딸로, 성공회 뉴욕 교구와 이민자 권리단체들은 ICE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현지시간 2일 성공회 뉴욕 교구와 뉴욕이민연대는 ICE 맨해튼 연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씨의 석방을 요구했다. 매슈 헤이드 뉴욕 교구 주교는 "지금의 이민자 정책은 혼돈과 잔혹함을 요체로 한다"며 제도 개선도 함께 촉구했다.

고 씨는 2021년 어머니를 따라 종교비자(R-1)의 가족동반(R-2) 비자로 입국해 뉴욕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퍼듀대 재학 중이다. 지난해 신분 연장을 승인받아 올해 말까지 체류 가능했으나, ICE는 이를 잘못 해석해 체류가 만료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고 씨 측 설명이다.

고 씨는 지난 7월 31일 뉴욕 이민법원에서 심리를 연기받고 법정을 나서던 중 ICE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 현재 맨해튼 ICE 청사에 구금 중이며, 곧 다른 구금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어머니 김기리 신부는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갈아입을 옷과 안경을 들고 면회를 신청했는데 결국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최초의 여성 사제로, 미국서도 이민자 보호 활동을 해왔다.

미국 내에서 법원 출석 후 이민자 체포가 잇따르자,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전날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CLU 측은 "법정 출석이라는 의무를 준수하는 사람들을 기습해 체포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은 공포와 무법의 통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석 뉴욕한인회장도 이날 회견에 참석해 "또 한 명의 한인 학생이 체포돼 구금됐는데 현 미국 정부가 인권 유린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 씨의 석방 요청 공문 발송과 한인 단체 연대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달엔 텍사스에 거주하는 한인 영주권자 김태흥(40) 씨가 가족의 결혼식 참석차 귀국했다가 미국 공항에서 억류되는 등, 한인사회 내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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